“롯데마트의 사과…피해자 아닌 검찰에 한 것 아니냐”

입력 2016-04-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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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사건’ 논란 여전


회사관계자 소환조사 앞두고 사과
피해사실 5년 지나 진정성도 의심
옥시레킷벤키저는 책임회피 의혹


롯데마트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관련 기업으로는 처음 공식사과를 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면피성’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롯데마트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잇따라 숨지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정부는 당시 역학조사를 벌인 뒤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날 롯데마트의 기자회견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있은 지 5년 만에 나온 관련 기업의 첫 사과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날 자리한 유가족들은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 특히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보상방안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비난과 의심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피해보상 전담조직 설치할 것”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온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대상자 및 보상 기준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보상 재원 마련 등도 준비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수사종결 직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보상 기준을 잡기 위해 제3의 기관에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선적으로 약 100억원 정도의 재원도 마련할 방침이다.


● 사과 시점은 논란

롯데마트가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논란은 여전했다.

먼저 피해사실이 있은 뒤 5년이나 지나서야 나온 첫 사과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워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마음에 지금이라도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면피성 사과’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 둔 시점이어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은 19일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2011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5년이 지나 굳이 오늘 피해자도 없는 자리에서 사과를 하려던 것을 진정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피해자가 아닌 검찰에 사과를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 옥시 등 타 기업은 여전히 미온적

다만 롯데마트의 이번 피해보상 발표는 관련 기업으로선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관련 기업들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등을 압박해 그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피해자 보상의 길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다른 기업들은 피해보상 등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소명할 계획이며 수사 종결 시 인과 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면서도 “아직 롯데마트처럼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의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엔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성격이 다른 신설 법인을 세우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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