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원종화 상무 “카지노 예방·치유 프로그램 세계적 수준”

입력 2017-05-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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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곳으로 모시면 많은 고객들이 육두문자도 하고 귀찮아 하지만, 나중에는 센터 직원들만큼 친절하고 자기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고 고마워합니다.” 카지노 영업장 입구와 마주한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 앞에 선 센터장 원종화 상무. 사진제공|강원랜드

■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 원종화 상무

외국엔 카지노 안에 중독관리센터 없어
지난해 상담 1만597건, 재활지원 216건
‘냉각기제’ ‘나의 선택’ 등 예방 정책 마련

카지노는 담배, 술과 함께 ‘죄악산업(sin business)’으로 불리는 분야이다. 최근 복합리조트의 핵심분야로 산업적 중요성을 재평가받고 있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폐광지역 경제지원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세워진 강원랜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비슷하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다. 요즘 중독관리센터는 ‘냉각기제’, ‘자율규제 인센티브제’ 등 독특하고 적극적인 예방, 치유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의 야전사령관인 센터장 원종화 상무를 만났다.


-우선 중독관리센터의 규모와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현재 2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상담을 맡는 전문위원은 9명이다. 미술치료, 사회복지, 간호,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이들이 가진 자격증을 모두 합하면 45개나 된다. 우리는 카지노 이용객 앞에 있는 선의의 장애물이다. 이용객들이 건전하게 게이밍을 즐기는 것을 넘어 과몰입이나 중독 단계로 들어서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주는 것이다.”


-역할을 소개하면서 ‘조금’ 이라고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흔히 우리 센터에 대해 갖는 큰 오해 중 하나가 우리로 인해 중독자가 없어지거나 대폭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중독자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센터가 일을 제대로 안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과몰입이나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일은 무척 어렵고 성과도 더디다. 또한 현실적으로 센터가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법적권한을 가진 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출입제한 외에 다른 규제나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최대한 고객을 도우려 한다.”


-2001년에 개설됐다. 생각보다 꽤 역사가 깊다.

“센터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사회적 비난을 피하려 마지못해 하는, 생색내기용 기관이라는 것이다. 밖으로 많이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오랜 역사만큼 축적된 연구자료와 데이터가 방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발한 예방, 치유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해외에는 우리처럼 카지노 안에 중독관리센터를 상설운영하는 곳이 없다. 적어도 카지노 고객과 관련한 예방·치유 프로그램은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조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동안 센터가 예방 및 치유한 사례가 적지 않을 텐데.

“지난해 자발적으로 찾아와 상담을 하고 교육한 사례가 5690건, 비자발 치료가 4780건이다. 온라인이나 현장상담을 포함하면 2016년 상담 및 교육 사례가 1만597건에 달한다. 2012년부터 5년간 누적 수치도 5만 건이 넘는다. 특히 중독자에게 새로운 삶을 연결시켜 주는 직업재활지원도 지난해 216건에 달한다.”


-카지노 출입과 관련한 ‘냉각기제’와 ‘나의 선택’이 인상적인데.

“우리는 예방-치유-재활까지 상담과 프로그램 운영, 지원제도를 촘촘하게 연결한 원스톱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냉각기(cooling-off)제는 예방단계의 정책이다. 2개월 연속 월 15일, 또는 2분기 연속 30일 넘게 카지노를 출입하면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출입을 제한한다. 그에 앞서 분기(3개월) 출입일수가 30일을 넘으면 무조건 과몰입 예방교육을 받아야 출입이 허용된다. ‘나의 선택’은 최근 1년간 60일 넘게 카지노를 출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그들이 자율적으로 월 출입일수를 정해 이를 지키면 제한일수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상담이나 교육 운영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애로점도 많겠다.

“과몰입이나 중독, 또는 그 단계로 넘어갈 위기를 맞은 고객은 아무래도 예민하고 흥분된 상태다. 우리 교육 자체가 그들에게 잠시라도 카지노와 거리를 갖는 냉각기를 조성하는 일종의 허들이다. 자연히 욕을 먹는 일은 다반사이다. 또 과몰입이나 중독 위험이 있는 방문객을 위해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나 출입제한 정책 역시 종종 ‘매출 위해 고객 물갈이를 한다’고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6월9일부터 실시하는 ‘하이원 힐링캠프’에 눈길이 갔다. 게임, 인터넷 등 다른 행위중독 예방치유 기관과 단체가 참가자를 모아 참여하는데, 중독관리센터가 허브 역할을 했다.

“지난해 하이원 힐링캠프를 진행하면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올해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함승희 대표가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대표 프로그램을 만들자며 의욕적으로 준비한 사업이다. 인터넷, 게임 등 비약물 행위중독을 대상으로 우리가 시설 등 인프라를 제공해 그들이 중독자를 치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가 개발해 운영하면서 효과를 본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중독관리센터가 역점을 두거나 시행을 앞둔 사업이 있다면.

“우선 기존 사업의 부족함을 보강하고 확대하는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고객 접점에서 상담하면서 쌓인 각종 사례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자료를 빅데이터로 다듬고 정량화할 계획이다. 이를 사행산업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 등에서도 공유하면 보다 나은 대책이 나올 수 있다.


● 원종화 중독관리센터장

▲1966년 생 ▲상지대 회계학과 ▲강원대 대학원 조경학 석사 ▲코레일 네트웍스 비상임이사 ▲강원지방경찰청 자문위원 ▲(사)함께하는 공동체 이사

정선|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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