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나이’ 박용택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다”

입력 2017-05-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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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스포츠동아DB

LG에서 박용택(38)은 상징적인 선수다. 2002년 데뷔해 16시즌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오래 버티기만 한 게 아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뛴 16시즌 중 무려 10번이나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한 건 2003년(0.300) 1번이었지만, 수위타자에 오른 2009년부터 2016년까지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2년부터는 KBO리그 최초로 6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도 기록 달성을 향해 순항중이다.

그렇게 쌓인 안타수가 어느새 2100개를 넘었다. 26일 문학 SK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KBO 통산 안타 2위였던 장성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역대 최소경기(1845경기·장성호 2064경기, 양준혁 1881경기) 2100안타 기록이었다. 27일에 1안타, 28일에 3안타를 추가하면서 단독 2위(2104안타)로 올라섰다. 이제 양준혁(2318안타)의 1위 기록도 넘볼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이뿐만 아니다. 박용택은 LG 소속 선수로는 최초로 1000타점에 도전하고 있다. 28일까지 그의 통산 타점은 993타점이다. 7타점만 추가하면 KBO리그 통산 13번째로 1000타점의 주인공이 된다. 좌타자로는 양준혁(은퇴), 이승엽(삼성), 장성호(은퇴)에 이어 4번째. 이미 지난해 1000득점을 달성하면서 1000득점-1000타점 달성 선수 명단에 7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LG 박용택. 스포츠동아DB


박용택은 ‘기록의 사나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지만, 비결을 묻자 “특별한 게 있겠나. 하루하루 충실히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매일을 열심히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페넌트레이스는 7개월 장기레이스다. 여느 스포츠와 다르게 휴식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치른다. 144경기 체제에 돌입한 뒤에는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기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박용택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그도 “힘들었다”고 털어놨지만 “어차피 (야구를)해야 하니까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려고 노력했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구단 관계자는 덕아웃에서 가장 야구 고민을 많이 하는 선수로 주저 없이 그를 꼽는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야구욕심이 많다. 가능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가능한 많은 안타를 치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기 위해 스스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그렇게 매일 흘린 땀방울이 모여 값진 기록으로 돌아오고 있다.

박용택은 28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연신 기침을 했다. 열흘 전 경기에 출전하기 힘들만큼 심했던 감기몸살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는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훈련을 모두 소화하더니 경기출전을 감행했다. 그리고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마지막 타석은 볼넷을 골라내며 4타석 출루에 성공했다. 최고의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야구가 하고 싶은 절실함으로 만든 결과였다.

문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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