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추문’ 조재현 인정vs조민기·오달수 침묵vs곽도원 부인

입력 2018-02-25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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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조재현 인정vs조민기·오달수 침묵vs곽도원 부인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우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또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미투 운동’(Me Too Campaign/Me Too Movement, 해시태그로 #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의 왜곡, 훼손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먼저 성추문을 인정한 이는 배우 조재현이다. 조재현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나에 대한 루머는 ‘극장주 겸 배우’라고 거론하며 ‘’막내 스태프를 무릎 위에 앉히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과 다른 면이 있어 난 해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역시 당황스러웠고 짧은 기사 내용만으로는 기억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음해다’ 라는 못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또 사실과 다른 내용의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되길 바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성보다 아주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나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다. 고백하겠다. 난 잘못 살아왔다.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다. 나는 죄인이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 난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조재현은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성추문의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헀다. 그리고 배우로서 활동 중단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그가 출연 중인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극본 최민석 연출 신용휘) 측은 조재현의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제작진은 “조재현의 소속사 입장 발표에 따라 해당 배우의 하차가 불가피하다는 내부 결정이 있었다. ‘크로스’에서 해당 배우가 맡은 극 중 배역 캐릭터를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해당 드라마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하겠다. ‘크로스’를 아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촬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당장 조재현의 통편집을 불가능하지만, 그를 작품의 주요 스토리에서 배제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애초 종반부까지 등장할 예정이던 조재현은 빠른 시일 내에 작품에서 하차한다. 따라서 ‘크로스’는 애초 기획된 스토리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 전개될 예정이다.

조재현이 성추문을 인정했다면, 연일 쏟아지는 폭로에도 몇차례 변명 외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배우도 있다.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직(정년트랙 부교수)에서 사임한 배우 조민기다.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기자,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연일 폭로가 이어지자, 지난 20일 JTBC ‘뉴스룸’을 통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며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주장했다.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팔자에도 없는 교수한답시고 앉아 있으면서 1학기 때부터 시작해서 2학기 때까지 오는 게…. ‘아, 이제는 나 하나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다치겠다’ 싶어 진술서를 쓰면서 1차 사표를 제출했다”며 “교수한답시고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고, 그래서 와 있는 건데, 그런 학교에서 그런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뉴스룸’에서 “내 딸과 같이 너희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성추문 폭로는 네버엔딩이다. 청주대 연극하고가 출신 배우 송하늘의 폭로에 이어 남학생들의 추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민기는 침묵하기 시작했다. 대신 소속사는 상황 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전속계약 해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이번 논란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배우와의 전속계약 해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우 활동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결정된 바 없다. 다만, 우리 역시 배우 관리자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사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했듯이 배우(조민기)가 성실히가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배우 역시 이번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조민기의 성추문은 현재 충북지방경찰청에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주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성범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조민기 사태’가 어떤 결말으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재현은 인정하고, 조민기는 변명하며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다른 추문의 주인공인 오달수는 닷새째 침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가 출연하는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측은 애가 탄다. ‘나의 아저씨’ 측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배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선 배우에게 확인이 먼저라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 배우 쪽 입장이 나온 뒤 내부적으로 정리된 입장이 있다면 전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오달수는 침묵하고, 드라마 관계자들은 답답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달수가 ‘나의 아저씨’에서 비중이 높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그의 촬영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나문희가 스케줄을 이유로 작품에서 하차하고, 고두심이 새롭게 투입되는 과정에서 오달수 촬영 일정이 다소 미뤄졌기 때문. 그러나 언제까지 그의 입장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으로 연인 채국희와의 결별설까지 전해진 상황. 오달수는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입장을 내놓겠다는 오달수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악성 루머인지, 추악한 진실인지 직접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반면 ‘쿨’하게 추문에 대해 사실무근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배우도 있다. 배우 곽도원이다. 24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곽도원을 특정(초성 ㄱㄷㅇ)한 듯한 성추행 폭로글이 올라왔다. 글의 작성자는 “(곽도원이) 이제 막 미성년자를 벗어난 여배우가 스트레칭하는 데다 대놓고 ‘창녀 하기 좋은 나이’라고 했다. (곽도원은) 기억하냐”며 “그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사과하라고 하니까 ‘싫다’고 며칠을 그 난리 치지 않았나. 왜 사과해야 하는지도 전혀 이해 못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적었다.

해당 글을 게재된지 얼마되지 않아 삭제됐다. 하지만 이미 여러 사이트와 SNS로 퍼진 상태다. 이에 곽도원의 입장이 중요해진 상황. 그리고 곽도원 측이 입을 열었다. 사실무근이라는 것.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측은 25일 동아닷컴에 “곽도원을 특정한 성희롱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배우 필모그래피와 주장된 내용의 시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글을 확인하니 누리꾼이 주장하는 문제의 배우 활동 시기와 곽도원의 활동 시기가 다르다. 작성자는 곽도원과 7~8년 전 극단(연희단 거리패)에서 함께 활동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곽도원은 이미 퇴단한 상태였다. 당시 영화 ‘황해’를 촬영 중이던 시점이다. 곽도원이라고 주장하는 해당 글은 너무 터무니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해시태그로 #MeToo)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그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미투 운동은 ‘권력형 성추문’ 등을 폭로하고 동참하는 운동인데, 해당 글이 주장하는 시점에 곽도원은 무명 배우였다”며 “사실과 다른 추문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추문이 쏟아진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 없이 쏟아지는 성추문의 폭로 속에 과연 추악한 진실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또 잘못된 폭로로 피해자가 되는 건 누구일지 앞으로 벌어질 ‘미투 운동’의 결말이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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