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자선경기는 멈춰도 홍명보의 선행은 계속된다

입력 2018-12-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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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2003년부터 꾸준히 자선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홍 전무는 이제 단순한 자선경기를 넘어 사회에 기여할 또 다른 방법을 골똘히 찾고 있다. 전면에서 한 발 물러나 그 방법을 실행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홍명보(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처음 자선경기를 가슴에 새긴 때는 2003년 여름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을 뒤로한 채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LA 갤럭시에서 뛰던 시절, 미국 스포츠계의 기부문화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선 스포츠 스타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자연스럽고, 또 당연했다. 반면 우리에게 기부는 아직은 생소했다. 그러던 차에 미국에서 한국의 소아암 어린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결심을 굳혔다. 축구를 통해서 받은 사랑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행사를 추진했다. 홍명보장학재단의 자선경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 해 연말 열린 첫 행사에 40여명의 선수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녹색 그라운드를 수놓았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자선경기는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스포츠복지단체와 축구 유망주,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자선경기는 국내 기부문화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축구선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선수와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점도 의미가 크다. 2010년 하프타임 이벤트로 열린 성탄캐럴 많이 부르기 행사에는 총 1만5111명이 참가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동안 조성된 기금만도 22억원이 넘는다.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됐다.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로 명명된 자선경기 덕분에 국내 스포츠계에도 기부 문화가 널리 퍼졌다. 홍명보는 200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됐는데, 스포츠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19일 개최되는 홍명보 자선축구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7‘ 미디어데이가 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렸다.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홍명보 장학재단이사장이 조지훈 홍보대사, 서현숙(수원 FMC), 이상민(숭실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6년째를 맞는 올해도 자선경기는 변함없이 열린다. 22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이벤트는 K리그 올스타와 2002년 레전드들이 나서 팬들과 즐거움을 나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이 마지막 자선경기다. 홍명보는 “처음 행사를 준비하고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자선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실제로 여러 선수들이 본인의 이름을 건 자선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한 발 뒤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고자 한다”고 했다.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 체육인들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점을 뿌듯해했다.

하지만 홍명보가 자선을 그만둔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행의 형식이 바뀔 뿐이다. 그는 “자선경기는 여기서 마무리가 되지만 장학금 수여식과 수비수캠프, W.I.S.E 캠페인 등 유소년축구발전을 위한 기존의 활동과 함께 또 다른 행사를 통해 계속해서 자선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간다. 15년 전 처음 자선경기를 마련했을 때처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는 중이다. 나눔을 확대 재생산하겠다는 그의 약속에 또 다른 희망을 걸어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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