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최우혁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야기에 매료”

입력 2018-10-02 1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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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야기라 확 끌렸어요.”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의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판타지로 풀어놓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처음 마주한 뮤지컬 배우 최우혁은 연습을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면서 항상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혹은 우리가 한 선택에 대해 정당화시키진 않는지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이 그런 내용을 다루는 것 같고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30분 안에 표현하면 모두에게 특별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2018년 서울예술단의 첫 번째 신작이자 최우혁이 서울예술단과 첫 인연을 맺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의 문제를 다룬다.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눠진 철저한 계급사회와 정의에 관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故 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가무극으로 최우혁은 어두운 비밀과 마주하며 갈등을 겪는 소년 ‘다윈’으로 분한다.

최근 막을 내린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또 다시 학생 역을 맡게 된 최우혁은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처음 했을 때는 내가 학생인 상황이 힘들었다”라며 “‘너는 고등학생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마음이 어려웠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요. 학교를 다닐 때를 회상하면 친구들의 얼굴, 키, 목소리 등 다 다양한데 굳이 학생의 모습을 정형화 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연기해야 하는 것은 고등학생의 겉모습이 아닌 ‘태희’ 혹은 ‘현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관점이 많이 달라졌죠. 틀을 깨며 연기하려 노력했고 ‘현빈’의 상황을 이해하려 했어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연기를 해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도 재미있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다윈 역시 그가 속한 세계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공간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 재미있었어요.”


최우혁이 연기하는 다윈은 상위 1지구 엘리트 학교 ‘프라임스쿨’에 다니는 학생.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이다. 그러던 그가 아버지 ‘니스’의 절친이자 ‘루미’의 삼촌인 ‘제이’의 추도식 이후 루미와 함께 제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된다. 진실의 민낯을 마주한 소년이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최우혁은 캐릭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을까.

그는 “다윈이 순종적이고 반항적이지 않은 인물이라기보다는 행동이 남들과는 다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듣고 불현 듯 생각난 예가 남자가 관심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인데(웃음).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고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한다면, 또 누군가는 멀찌감치 지켜보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편지를 쓰고 선물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다윈은 마음속에 궁금증이 가득한데 루미와 레오를 통해 그 물음표를 몸 밖으로 표출해내는 걸 배우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작소설은 856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담고 있다. 2시간 30분 동안 이 모든 내용을 담기엔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수정되는 부분도 있을 터. 그는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작품의 큰 틀 안에서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중점을 두고 보신다면 재미있게 관람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소설의 매력은 독자의 상상력이잖아요. 인물의 모습을 비롯해 장소, 사건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가며 책을 읽으니까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 오실 때 분명 실망하실 수 있어요. ‘어 이건 내가 생각했던 관점이 아닌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표현해야 하다 보니 작품의 이해를 위해 캐릭터의 변화가 살짝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작품에서 추구하는 결말은 같아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다윈’의 삼대(三代)다. 할아버지 러너(최정수 분)와 니스(박은석 분)의 등장은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더할 예정.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가족의 굴레, 부자간의 숭고한 사랑 등 3대에 걸쳐 가혹한 운명은 인간이 가진 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도 한다. 최우혁은 “삼대의 관계가 드러나는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을 다 보여줄 수가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 안에서 어디서 어떤 걸 뽑아낼 지가 관건이었어요.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을 많이 했죠. 조금이나마 나오는 삼대의 장면은 팽팽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실제 연습 때도 긴장감이 넘쳤죠. 삼대의 장면을 연습하면서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가끔 우리는 가족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에도 가족이 있음에 제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이 없으면 제 인생도 없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면 아시겠지만 다윈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아마 다윈보다 더 한 선택도 했을 것 같아요.”

넘버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최우혁은 “극악무도한 넘버들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배우들이 부르기에 가장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넘버들이 많아서 그렇게 표현했다”라며 “노래가 갑자기 높아졌다가 급격히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배우 입장에서 가장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는 넘버들이 있어서 ‘극악무도’하다고 말했어요. 가장 신경 쓴 넘버요? 삼부자가 부르는 마지막 곡인 ‘푸른 눈의 목격자’요. 우리의 마지막을 담은 이야기고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넘버입니다. 그 안에 각자의 심경과 감정이 들어 있는데 그 노래의 결론이 셋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서울예술단과 처음 손을 잡은 최우혁에게 첫 출근 소감을 물으니 “입사시험 안 보고 인턴으로 일하는 기분”이라고 웃으며 설렘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합격 통지 안 받고 무작정 출근하는 기분입니다. (웃음) 평소 서울예술단의 레퍼토리를 좋아해요. 좋은 작품들이 많잖아요. 이번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역시 서울예술단의 ‘신과함께-저승편’을 보고 신뢰를 했기 때문에 출연 결심을 하기도 했고요. 기회가 닿는다면 언젠간 ‘윤동주, 달을 쏘다’를 꼭 해보고 싶어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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