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선아 “헐벗은 의상 덕에 ‘미스마’ 낙점”

입력 2018-10-29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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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이선아 “헐벗은 의상 덕에 ‘미스마’ 낙점”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다보면 짧은 등장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가 있다. 이를 일컬어 ‘신 스틸러’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 장면을 훔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이다. 안정적인 연기력은 기본, 과감한 의상과 분위기로도 충분히 장면을 장악할 수 있다.

SBS 주말드라마 ‘미스마: 복수의 여신’ 속 배우 이선아 역시 이런 방법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극 중 서소정 역을 맡은 그는 도시적이고 섹시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SBS 드라마를 하는 거예요. 사실 제가 SBS 공채 11기 탤런트 출신이거든요. 올 여름에 ‘미스마’ PD님께서 드라마 미팅을 하자고 하셨는데 마침 그 날 너무 더워서 조금 파인 블랙 드레스에 재킷을 걸쳐 입었죠. 미리 ‘아마 조금 헐벗은 의상일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오히려 제게 맡기려던 서소정도 그런 의상을 즐겨 입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과거의 인연과 우연이 만들어 낸 기회다. 이선아는 ‘미스마’ 2화에 첫 등장해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미스마’ 클립 중에서도 조회수 상위권에 속한다. 그 이유는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그 장면은 PD님이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찍어주신 장면이에요. 바스트 샷에서 잠시 멈춰질 때 광고 촬영처럼 조명도 비춰주시고 후반 작업에서 흉터도 지워주셨어요.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서소정의 성격에 맞게 의상도 제가 직접 고르고 운동도 했어요.”


그러나 이선아는 극 중 서소정처럼 몸매나 의상 같은 외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는 김윤진, 정웅인과 호흡을 맞추며 데뷔 10년차를 코앞에 둔 지금에도 끝없이 학습 중이다.

“‘미스마’에서 만난 선배님들의 호흡은 다 달라요. 윤해영 선배님은 마치 친구처럼 편하게 해주는 분이고 정웅인 선배는 매우 엄하지만 따뜻한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 특히 김윤진 선배는 마치 호랑이처럼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시죠. 그 호흡에 맞춰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려고 애를 썼어요. 그 호흡을 못 맞춘다면 제 자신도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았어요.”

이선아는 앞서 말했듯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특히 그에게 ‘미스마’가 기회인 이유는 자신만의 서사와 인생을 지닌 배역을 처음 맡아봤기 때문이다. 데뷔 9년차인 그에게 왜 이토록 기회가 적었던 걸까.

“사실 기회가 적게 온 것도 있지만 여배우로서 겪었던 상처가 있었어요. 어릴 때 어떤 일을 겪고 나서 정신과 상담도 받았죠. 그 이후에 저도 모르게 ‘안전’이라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늘 알던 분들과만 작업을 하게 됐죠. 움츠러들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그가 이제 ‘미스마’에서 맞는 옷을 입고 비상을 꿈꾼다. ‘안전(安全)’을 지향했던 이선아가 다시 ‘파격(破格)’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건 바로 그를 지지해 주는 남편 덕이다.

“제 친구가 결혼을 얼마 앞두고 가진 술자리에서 우연히 합석을 하게 돼 남편을 만났어요. 제가 연기자라는 말에도 관심을 안 보이는 것 같았는데 눈은 절 보고 있었죠. 이후에 제가 남편에게 나쁜 여자처럼 보였는지 ‘대서양의 고등어라도 좋으니 만나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장관리 하는 여자처럼 보였나 봐요.”


이런 만남을 거쳐 꾸린 가정은 이선아에게 전에 없던 안정감을 안겼다. 이에 이선아는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로서의 기회는 적었을지 몰라도 지난 9년은 이선아에게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정말 욕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데뷔를 하고 나서 노력한 만큼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는 게 아니란 걸 알았죠. 그것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졌고 생활고를 겪으면서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도 도와주며 돈도 벌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연기를 해야 살아있는 걸 느껴요.”

이제 이선아는 욕심 대신 여유를 얻고, 그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음엔 서소정보다 더 독한 악역을 원한다는 그다.

“어떤 역이든 이선아가 연기하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동안 전 캐릭터의 인생을 살아내는 연기를 해보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서소정처럼 자기 인생을 가진 인물을 더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어릴 때보다 훨씬 위험한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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