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이나 “‘더 팬’ 민폐 안 되려 노력…프로 방송인의 자세로”

입력 2018-12-02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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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드세요. 같이 먹어요.” 작사가 김이나(39)가 흰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봉투 안에 든 건 붕어빵. 저녁 식사대용이었다. 인터뷰 전후로 라디오 일정과 곡 작업을 소화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그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이나는 전날 SBS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팬’ 녹화 후 불면의 밤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음악 예능은 몰입이 많이 되다 보니 에너지를 다 쏟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녹화 후에 많이 피곤해요.”라면서 웃었다.

김이나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유의 ‘좋은날’, 브라운아이즈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16년차 베테랑 작사가 김이나.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컬래버 작업을 해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저작물만 약 440곡에 달한다.

최근에는 방송인으로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나는 가수다3’ 고정을 시작으로 ‘슈가맨’ ‘마이 리틀 텔레비전’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한 김이나는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 패널에 이어 현재 ‘더 팬’에 팬 마스터로 출연 중이다. ‘더 팬’은 아직 2회 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이나는 작사가다운 남다른 표현력과 트렌디한 대중의 취향을 읽어내는 분석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평소 오디션 프로그램을 무서워했음에도 ‘더 팬’만큼은 과감히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이나. 무엇이 그를 ‘더 팬’으로 향하게 했을까. 깊어가는 겨울밤, 김이나와 붕어빵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일문일답.


Q. ‘더 팬’ 첫 방송 어떠셨나요.

A. 제 모니터링을 떠나서 재밌었어요. 무대 구성이나 포맷, 편집 포인트가 기존 오디션과 달라서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졌어요. 실수가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한 이야기가 좋았어요. 마음의 온도가 높아진다고 할까요. 저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한다면… 부끄러웠어요. 프로 방송인이 되려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데 저는 아직도 제가 나오는 방송을 보는 게 부끄러워요.


Q. 어떻게 ‘더 팬’에 팬마스터로 함께하게 됐나요. 출연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우선은 ‘판타스틱 듀오’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믿고 까불어도 되는 제작진이라는 믿음이요. 출연자는 어쩌면 재료잖아요. 나를 나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믿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실력을 기준으로 한 오디션이 아니라 매력과 호감으로 팬을 모은다는 포인트가 좋았어요. 아마 보통의 오디션이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저는 작사가라 실력을 평가하는 포지션으로는 애매하잖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무서워하기도 하고요.


Q. 오디션 프로그램을 무서워한다고요?

A. 마음이 쉬워서 보면 너무 울거든요(웃음). 참가자들에게 너무 쉽게 감정 이입하는 스타일이에요.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두통이 올 정도로 펑펑 울곤 하죠. 냉정하게 심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저는 아마 최악의 평가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절대평가를 못 내려요. 다만 매력을 찾는 건 자신 있어요. 상대가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어도요. 유희열 씨처럼 화성학으로, 보아 씨처럼 보컬리스트이자 퍼포머로서 판단은 못 내리지만 왜 좋아하는지, 어떤 점이 매력인 지는 설명할 수 있죠.


Q. 팬 마스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A. 아무래도 유희열 씨와는 ‘슈가맨’을 함께한 인연이 있어서 편하게 장난 치곤 해요. 실수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해주는 분이죠. 보아 씨와는 같은 여자로서의 시선이 있다 보니 이야기가 잘 맞아요. 이상민 씨는 이야기를 나누기엔 자리가 너무 멀어요. 하하. 그때그때 다르지만 취향은 이상민 씨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팬 마스터 4인의 취향이 서로 교집합으로 물려 있어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Q. 팬 마스터로서의 선택과 대중을 대변하는 일반인 평가단의 취향이 잘 맞던가요.

A. 거의 맞더라고요. 평소에 스스로 마이너한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했어요. 이게 절대 평가가 아닌 상황에서 평가하다 보니 같아지는 것 같아요. 우리 프로그램은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잖아요. 진심은 사람들에게 와닿나 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궁금해요. 과연 끝까지 사랑받을지 궁금한 참가자가 몇몇 있어요.

어쩌면 ‘더 팬’이 가장 현실적인 스타 오디션일지도 몰라요. 대중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어마어마한 실력만은 아니잖아요. 누구나 ‘입덕’ 포인트가 있거든요. 호감은 실력 같은 지표가 없죠. 3라운드부터는 동시에 무대가 진행되니까 가장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Q. 앞서 모니터링을 언급하면서 ‘프로 방송인’으로서의 자세를 얘기해서 인상적이었어요.

A. 첫 예능은 ‘나는 가수다’였는데요. 프로그램 내에서 제 역할이 애매했어요. ‘슈가맨’ 때도 MC였지만 산다라박이나 저나 진행 담당까지는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방송인으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점은 ‘하트 시그널’ 같아요. 처음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모니터링을 떠나서 재밌었거든요.

저는 스스로 시청자나 대중과 비슷한 눈높이로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업계에서 오래 일했지만 여전히 시선은 TV를 통해 보는 팬들의 마음과 비슷하죠. 가사를 쓸 수 있는 것도, 시청자들이 제 말에 많이 공감해주는 것도 그 이유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방송하는 사람으로서는 아직 결도 투박하고 시선처리나 톤이 미흡하지만 그런 건 제작진들이 잘 포장해 줄 거라 믿어요.


Q. 이제 ‘더 팬’을 통해 본격적으로 방송인으로 나아가는 단계인가요.

A. 예전에는 작사가로서 방송을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마음은 오만한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인으로서의 덕목도 필요하죠. ‘더 팬’에서는 팬 마스터라는 타이틀로 수레를 이끌어가는 네 개의 바퀴 중 하나잖아요. 제가 삐거덕거리면 민폐예요.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고 발성도 예능 톤에 맞게 높이려고 노력 중이에요. 시선처리도 더 잘해야 하고요. 방송 경력이 길지도 않은데 크고 높은 자리에 앉았잖아요. 받은 만큼 잘 해야죠.


Q. 도전해보고 싶은 또 다른 예능이 혹시 있나요.

A. 요리를 잘 못해서 요리를 배우는 예능을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고요.

[DA: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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