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고마운 친구”…이이경 말한 ♥정인선과 비밀연애 전말

입력 2018-04-30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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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친구”…이이경 말한 ♥정인선과 비밀연애 전말

모험에 가까운 시작이었다. 이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까 의구심이 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본전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는 말도 나왔을 정도다. 그럼에도 우려를 기회로 바꾼 드라마가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청춘물이라는 평가받는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이다.

그리고 배우 이이경은 이 작품의 최대수혜자로 꼽힌다. 전작 ‘고백부부’의 코믹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 중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의 공동 CEO 겸 생계형 단역 배우 이준기 캐릭터를 연기한 이이경.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를 꿈꾸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현실은 단역도 감지덕지하는 생계형 배우를 연기하는 과정이 짧지 않은 무명시절을 경험한 이이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이경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준기에 대해 “동정심에 ‘와이키키’에 매력을 느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기라는 인물과 제가 겪은 상황이 비슷해서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코미디 연기를 더 확실히 하고 싶었어요. 전작 ‘고백부부’의 영향도 있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준기라는 캐릭터가 긍정적이에요. 홈쇼핑 모델 일을 하는 도중에 속옷이 노출되어도 밝아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었어요. 매력적이더라고요. 다만, 그런 준기의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 바보처럼 보이기 싫었어요. 그래서 호감형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한 부분은 있어요. 다행히 그런 준기의 모습을 응원해주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힘이 나요. (웃음)”


이준기라는 ‘인생캐릭터’를 만난 이이경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쏟아지는 에피소드는 듣는 사람도 솔깃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에게 회자되는 극 중 이준기의 분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이경은 “사실 특수 분장 비용이 엄청나더라. 1회 차 진행비만 500만 원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2회 차 만에 촬영을 마무리했는데, 정신 없이 찍었던 것 같다. 그래도 부담은 없었다. 전작에서 장발도 해봤고, 이후에는 극 중 강서진(고원희 분)의 수염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면도하는 여자도 있는데, 이 정도 분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웃었다.

또 거북이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이이경은 “이번 작품에서 거북이와 촬영하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타이밍이 필요한 촬영이었다. 거북이가 들어가기는 쉬운데 제때 맞춰 나오질 않아 15분을 거북이만 바라보며 기다렸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 모두 거북이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내가 언제 또 거북이와 연기를 해보겠나. 정말 잊지 못할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촬영장은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제작진의 배려가 뒤따랐다. 누구나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사실 ‘와이키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어요. 제작진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한 작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뭐랄까. 보란 듯이 잘하고 싶었어요. 대충하기 싫었어요. 정말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 고민도 많이 하고 의견도 많이 공유했어요. 이렇게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보고, 또 본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집중하면서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끝나기 2, 3주 만에 연장을 한다는 거예요. 텐션이 떨어졌는데, 다시 배우들이 뭉쳤어요. 대본을 다시 이해하고 읽고 또 읽은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가 다들 기대하지 않은 ‘와이키키’에 반전을 선사한 것 같아요. 뭔가 해낸 것 같아 뿌듯해요. (웃음)”


이이경은 한다면 하는 사나이다. ‘와이키키’에 대한 각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멋지게 해내자는 각오였다. 그 과정에는 연인 정인선과의 약속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는 게 서로의 약속이었다.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청춘 배우들의 나름의 배려였던 셈.

“캐스팅 때부터 놀랐어요. 제가 감독님 미팅을 보기 전에 ‘그분’(정인선)이 먼저 미팅을 하고 왔더라고요. 이후 꽤 미팅을 하고 다녔어요. 때문에 그저 우연히 같은 작품에 미팅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출연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출연을 확정하고 보니 저와 ‘그분’이 가장 먼저 캐스팅된 거예요. 감독님이 ‘이제까지 내가 뽑은 유일한 두 배우가 너희’라고 하시면서 ‘그분’을 소개하는데, 너무 당황했어요.”

이렇게 시작된 극 설정과 다른 실제 러브라인. 이이경은 해프닝 같은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고.

“작품에 개인적인 감정을 넣으면 너무 민폐일 것 같았어요. 더욱이 서로 다른 러브라인을 가지고 있잖아요. 우리가 힘들겠지만,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그분’도 그걸 원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 종영하는 날 우리 사이가 밝혀진 거예요. 작품의 감정선이 깨지셨을 시청자들에게 죄송해요. 비밀로 했던 제작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어요. 우리 나름대로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티가 나긴 하나 봐요. 그리고 차기작을 이유로 일찍 촬영을 마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종방연까지 이 상황을 수습한 ‘그분’에게 죄송하고 감사해요. 혼자 힘들었을 텐데 정말 좋은 친구에요. 배울 점도 많고요. 제 개인사에 대해서는 많은 분에게 죄송함을 전합니다.”

뜻하지 않게 작품에 ‘민폐커플’(?)로 전락했지만, 마음 씀씀이만큼은 남다른 이이경이다. 비교적 낮은 시청률에도 마니아층을 완성하며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든 ‘와이키키’에 대한 애정은 ‘인생작’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시즌2요? 제작이 된다면 너무 감사한 일 같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시즌1의 준기를 또다시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하게 되다면 하고 싶어요. 물론 두렵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부분을 배제하고서도 ‘와이키키’는 제게 최고의 작품이니까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20대 경험을 이제 조금씩 연기에 녹이는 배우가 되고 있지만, 늘 현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차기작에서는 준기와 다른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에요. 이이경이 연기하면 그 캐릭터는 이이경만 생각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무명의 단역배우에서 이제는 한 작품의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린 이이경의 각오는 늘 한결 같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다. 그리고 그 각오는 5월 첫 방송 예정인 MBC 새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극본 민지은 원영실, 연출 노도철)를 통해 다시 한번 빛날 예정. 코믹 연기에서 벗어나 액션 연기도 남다른 이이경의 연기 변신을 기대해 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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