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윤종빈 감독 “‘공작’은 나만의 ‘본’ 시리즈”

입력 2018-08-14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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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윤종빈 감독 “‘공작’은 나만의 ‘본’ 시리즈”

영화 ‘공작’이 개봉 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를 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런 힘든 과정을 보상 받는 듯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윤종빈 감독에게 ‘공작’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공작’보다 러닝타임이 짧아졌다. 어떤 부분이 편집됐나?

“칸에서 봤을 때는 영화적 풍부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안 되니까 몰입을 방해하는 대사를 지웠다. 칸 버전에 맞춰서 작업을 하다가, 돌아와서 생각해보니까 찜찜함이 남아있어서 좀 더 작업을 했다. 달라진 건 없다. 중간 대사들 중 불필요한 걸 걷어냈다. 또 흑금성의 말이 잘 안 들린다고 해서 다시 작업을 했다. 4분이 줄어들었다”

“(이번에 개봉한 ‘공작’) 이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감독판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극장에서 한 게 최선을 다 한 버전이다. 단 한 번도 타의로 잘라내 본 적이 없다”

● ‘공작’이 황정민과 이성민의 브로맨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브로맨스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게 가장 손쉬운 단어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일반적인 남북관계 영화에서처럼 전형적이고 알콩달콩하고 싸우는 게 싫었다. 그래서 그런 건 안 하려고 했다. 다른 서로의 신념을 가진 남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흑금성 입장에서 보면, 스파이라는 게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적을 인간으로 보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브로맨스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


● ‘공작’을 연출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본’ 시리즈도 사실 어떻게 보면 본질에 대해 비틀면서 시작하는 영화였다. 나도 나만의 또 다른 ‘본’ 시리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최근 첩보영화를 보면 ‘본’의 복제품 같다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나만의 ‘본’ 시리즈 같은 새로운 첩보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어떻게 ‘공작’이라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됐나.

“중앙정보부에 관한 취재를 하다가 발견했다. 정치물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동아 기사에서 흑금성 기사를 알게 됐다. 거기에 꽂혀서 만들게 됐다. 그게 ‘군도’ 개봉 1년 이후였다. 2015년 초에 처음 이 아이템을 잡았다.”

● ‘공작’의 실존인물 박채서와도 영화를 찍기 전 직접 만났나?

“처음에는 박채서 선생님이 수감 중이어서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처음에 그 분의 딸이랑 만났다. 영화 만들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따님이 아버님께 전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 따님이 미국에서 취업을 앞두고 있는데, 아버지가 구속돼서 한국에 들어와서 계셨다. 왜 응했는지는 여쭤보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서 이런 일들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셨던 것 같다. 국가의 자신의 모든 걸 헌신하고 충성했는데, 돌아온 건 간첩이라는 딱지와 수감이었다. 따님은 취업이 됐다가 취소되기도 했다고 한다. 가족 분들이 영화를 보고 잘 봤다고 하셨었다”


● ‘공작’을 촬영하기 전 영화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나.

“(영화를) 못 찍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촬영 들어갈 때까지만 조용히 했다. 흑금성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그 당시 정권의 핵심에 있었다. 관련된 사람이 꽤 있었다”

● 영화 속 김정일의 모습이 정말 비슷하더라. 분장으로 구현했나?

“CG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산이나, 퀄리티적인 면에서 국내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몇 팀을 서치를 했다. 최종적으로 스케줄도 되고 하겠다는 답이 온 곳이 있었다. 김정일 역할을 해야 하니까, 키가 비슷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시는 분들을 그 팀에 줬다. 이 분(기주봉)이랑 하면 좋겠다고 그 팀에서 직접 뽑았다. 비슷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안 비슷한 사람을 비슷하게 하면 티가 많이 난다고 했다. 분장 티가 안 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그래야 이질감이 덜 할 것 같았다. 기주봉 선생님이 미국에 가서 본을 뜨고, 한국에서 테스트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쳤다”

● 김정일이 키우는 애완견이 눈길을 끌던데.

“(영화에 출연한 강아지를) 3개월 동안 관리했다. 전부 다 합쳐서 2500만원이 들었다. 출연했던 강아지를 다시 팔기는 했다. 그걸 꼭 하셔야겠냐 하더라. 고민하다가 해야 한다고 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가 2000만원인데, 강아지 한 마리에게 2500만원을 써야하나 했다(웃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아무 강아지나 하자니, 리얼리티가 없었다. 털 관리는 또 해야 할 것 같았다”


● ‘공작’ 출연 배우들은 하나같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다고 입을 모으던데.

“배우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나도 많이 힘들다고, 너무 무섭다고 했다. 다 힘드니까 으쌰으쌰 하자고 했다.”

● ‘공작’ 촬영 당시만 해도 황정민 배우가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을 흑금성 역할에 캐스팅 한 이유는?

“처음에 흑금성이라는 역할의 얼굴에 투박함과 우직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텔리 같은 느낌이 아니라, 투박한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과 악이 다 공존하는 그런 얼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 대에 황정민 선배밖에 없었다”

● ‘공작’이 개봉하기 전 남북 관계가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공작’) 헌팅 다닐 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나오고 했다. 현실은 정말 상상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구나 싶었다. 촬영 끝나고 나서는 타격을 하냐는 등 난리가 났었다. 현실은 예측할 수 없고 ‘다이내믹 코리아’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작품 계획은?

“다음 작품이 결정되진 않았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 영화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내 장기(長技)로 돌아가서 해보려고 한다. 캐릭터들이 재밌고 살아있으면서, 거친 남자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한국영화에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방식들을 해보려고 한다. 한국영화의 예산이 오르다보니 스코어에 맞추면 표현의 한계가 오곤 한다. 맞춤형 영화들만 나오게 되니까, 그걸 극복하려면 한국영화가 해외시장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스스로도 고민 중이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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