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브라질·벨기에 등 최강과 평가전 치른다는데…회장님, 우리는?

입력 2017-10-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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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탄생 이후 가장 위기에 빠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축하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팬들의 비난이 갈수록 커져가는 것은 그동안 복마전처럼 운영해온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과 신뢰 상실 때문이다. 실타래처럼 뒤엉킨 문제를 풀 사람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다. 리더의 존재 이유다. 스포츠동아 DB

사실상 월드컵 최하위팀…상대국들 경기 주저
11월 평가전 상대조차 못 정해…협회 “접촉중”


한국축구가 위태롭다. 안팎의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팬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 아프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안타깝게도 최근 연달아 부진한 경기를 한 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을 향하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10월 16일 발표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한국축구는 62위로 추락했다. 역대 최하위 수치다. 그동안 우리를 앞선 적이 없는 중국(57위)에도 뒤져 팬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차가운 여론, 고민하는 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지금 온갖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다. 구시대 적폐세력의 중심이 됐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댓글 민심은 바닥을 쳤다.

국회 국정감사까지 등장한 ‘히딩크 복귀 논란’은 본질을 벗어났지만 분노가 큰 탓에 문제의 핵심을 보지 않고 협회를 욕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오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협회의 폐쇄적인 행정과 각종 비리, 잡음에 분노한 민심은 히딩크 대표팀 감독 영입을 통한 새로운 축구협회 탄생을 원하고 있다.

지금 축구협회가 처한 문제의 본질은 스스로 자초한 신뢰의 상실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대표팀 선수도 감독도 아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주요 책임자들이지만 이들은 장막 뒤에 가려 나오지 않는다.

리더가 나서서 책임을 인정하고 지적받는 조직문화와 협회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분노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지만 축구협회는 아직도 정중동이다. 히딩크 논란이 시작된 직후 정 회장이 직접 “월드컵 예선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다른 부분을 살필 틈이 없었다. 대표팀에 많은 격려를 부탁한다”고 문제해결에 나섰으면 사태가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정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월드컵 체제 지원을 위한 비전 발표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골든타임은 놓쳤어도 아직 회생의 기회는 남아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그럼에도 월드컵 준비는 ‘차근차근’

마치 한 묶음처럼 비쳐지지만 협회 행정과 월드컵 대비는 달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변은 시끄러워도 누군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32개 월드컵 본선진출국 가운데 우리가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그룹이 분류될 12월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4번 포트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우리가 평가전 섭외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이 11월 유럽에서 세계최강 브라질∼벨기에와 평가전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운털이 박힌 우리 축구의 ‘왕따’설은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마냥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협회는 유럽∼남미 국가들을 국내로 초청한다는 계획 속에 동시다발적인 접촉을 진행 중이다. 가능한 우수한 전력의 상대를 불러들인다는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다. 다만 확정되기 전까지 발표하지 못하는 사정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비록 욕은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우리 축구는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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