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인적쇄신할 것” 칼은 빼들었지만…

입력 2017-10-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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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0월 19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허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근 한국축구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에 정 회장은 두루뭉술한 해명을 거듭해 성난 여론을 진정시킬지는 의문이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젊은 인재 중심 세대교체…임원진 곧 개편
신태용 감독 신뢰…월드컵 전폭 지원 약속
히딩크 논란에 대해선 초기대응 실패 인정


대한축구협회 정몽규(55)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10월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한국축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에 입장을 표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회장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회장으로서 송구스럽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 없이 국가대표팀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질책도 필요하나 위축된 상태로는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축구는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올라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지만 무기력한 경기내용과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의 재부임 루머와 관련된 협회의 안이한 대처, 전·현직 협회 임직원들의 비위 등 갖가지 악재가 겹쳤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국제축구연맹(FIFA) 10 월 랭킹이 역대 최저인 62위까지 내려앉았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57위)에까지 추월당하자 가뜩이나 따가운 여론은 더욱 냉각됐다. 정 회장이 발표한 협회의 혁신방안은 3가지로 정리된다.


● 대표팀에는 많은 지원과 관심을

당분간 협회 행정은 월드컵이 중심이 된다.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다. 신 감독을 신뢰한다는 뜻을 확실히 한 정 회장은 “대표팀을 세밀하게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11월 평가전 상대도 정해졌다. 콜롬비아(10일)∼세르비아(14일)와 국내에서 격돌한다. 전부 내년 러시아행을 확정한 국가들로 경기장소 발표만 남았다. “최대한 강호와 만나고 싶다”는 신 감독의 뜻과 충분히 부합되는 스파링 파트너다.

월드컵대표팀을 위한 전담 지원팀도 구성된다. 기술 파트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회장과의 핫라인이 구축된다. 기존의 거추장스러운 보고 체계를 생략하고 정 회장이 직접 현장 담당자들과 소통한다. 돌발사항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서다. 현 대표팀 코치진의 약점으로 거론된 경험을 불어넣기 위해 유럽 출신의 명성 높은 지도자가 코치로 합류한다. 또 피지컬 트레이너, 심리 전문가의 합류도 모색한다. 태극전사들의 기술 향상은 물론, 몸과 마음까지 컨트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정몽규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인적쇄신을 통한 축구협회의 개조

정 회장은 히딩크의 측근이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로 촉발된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안타깝다. 초기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본질을 덮을 수 없다. 대표팀이 다시 일어서도록 신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인적쇄신 의지는 분명히 했다. 특정 논란이 나올 때마다 협회 수뇌부가 뒤로 숨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아들였다. “모든 책임은 회장에 있다. 협회 세대교체와 인사혁신 요구가 있다. 젊고 활동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야 한다. 빠른 시일 내 임원진을 비롯한 조직개편을 시행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감독 선임위원회의 분리도 거론됐다. 기술위원들이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안건을 제외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유소년 발전을 위한 풀뿌리 시스템의 변화도 예고했다.


● 비리방지 시스템 통한 깨끗한 축구협회 만들기

법인카드의 무분별한 사용과 체육계의 시정요구, 사법기관의 수사까지 받은 협회는 현재‘온갖 비리의 온상’처럼 포장됐다. 물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현 집행부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협회에 논란의 당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대중은 분노를 느낀다.

아직 법원으로부터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다. 금융 정보를 확인해야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명확해진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조직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혐의 임직원들의 거취가 걸린 문제다.

정 회장은 “비리발생의 책임을 느낀다. 사건 처리가 모두 이뤄진 뒤 관리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고 했다. 비리는 처단하겠지만 우선 사법부의 판단을 본 뒤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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