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전·붉은 유니폼…치열했던 남·북 ‘기싸움’

입력 2017-12-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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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北 안데르센 감독 대회내내 비밀훈련
홈팀 자격 북한 붉은 유니폼 선택하자
신태용호도 도열때 붉은 저지로 맞불
여자경기때도 거친 몸싸움 분위기 험악


후회 없이 싸웠다. 팽팽한 신경전도 벌였다. 2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인 남북축구가 이틀간의 열전을 마치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주위를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도 뜨거운 땀방울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한국과 북한은 11일과 12일 일본에서 남녀축구로 연달아 자웅을 겨뤘다.

동아시아 4개국이 참가하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그 무대. 한국과 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이 풀리그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남녀 모두 ‘운명의 남북전’은 피할 수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1일 여자대표팀이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먼저 경기를 치른 뒤 다음날 남자대표팀이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가우리만큼 좋지 않았다.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동아시아 정세가 얼어붙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남북전을 향한 동아시아 4개국의 관심으로 옮겨갔다. 이틀 연속 한 자리에 모인 남북축구를 놓고 일본 현지 기자들과 중국 기자들이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관심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팀이었다. 북한의 요른 안데르센(54·노르웨이) 감독과 선수단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은 7일 기자회견과 공식훈련 그리고 9일 일본전이 전부. 나머지 기간에는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훈련을 감행했다. 한국은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감안해 최소한의 정보를 활용해 이날 경기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팽팽한 신경전도 포착됐다. 여자 남북전에선 선수들이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남자 남북전에선 유니폼으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쳤다. 이날 홈팀 자격을 지닌 북한은 붉은색 바탕의 유니폼을 택했다.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하는 한국도 경기 전 그라운드 도열순서 때 강렬한 붉은색 저지를 걸치고 나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장 곳곳에서 축구 남북전이 품은 상징성을 느낄 수 있던 이틀이었다.

도쿄|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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