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개인전 3연패, ‘레전드’ 구본길은 역사를 썼다

입력 2018-08-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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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펜싱대표팀 구본길. 사진제공|대한펜싱협회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였다. 펜싱 남자 사브르의 ‘리빙 레전드’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아시안게임(AG) 개인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0광저우·2014인천 대회에 이어 2018자카르타-팔렘방AG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살의 나이로 처음 출전한 2010광저우AG에서 우승을 맛본 뒤 지금까지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펜서’다.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구본길의 상대는 대표팀 7년 후배 오상욱(22·대전대)이었다. 8년 전 구본길처럼, 어린 나이에 타고난 재능을 뽐내며 세계 정상급 펜서로 성장한 후배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다. 유상주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준결승이 끝난 뒤 구본길과 오상욱을 힘껏 안아줬다. 구본길과 오상욱도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명승부를 다짐했다.

둘의 맞대결은 누가 금메달을 가져가든 스토리가 많았다. 구본길은 AG 3연패, 오상욱은 병역 혜택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예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덕분에 ‘동반 메달’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8강전까지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승승장구한 둘은 승부의 분수령인 준결승전에서 다른 행보를 보였다. 구본길이 로우호틴(홍콩)을 15-4로 손쉽게 꺾고 결승에 진출한 반면, 오상욱은 파크다만 에스마일자데(이란)과 접전 끝에 15-14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10-1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은 경기를 뒤집었다.

운명의 순간, 중앙 피스트에 오른 둘은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다. 앞서 전희숙(34·서울시청)이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 펜싱의 ‘골든 데이’가 완성됐지만, 국가를 넘어 개인의 명예가 달려있는 승부이기에 둘 다 이겨야 할 명분이 확실했다. 오상욱은 득점 하나하나에 함성을 지르며 긴장감을 고조하기도 했다.

14-14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한 점 싸움이었다. 12-12에서 구본길이 먼저 2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지만, 오상욱도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베테랑 구본길의 기지가 빛났다. 빈틈을 노려 결승점을 따내며 15-14로 승리를 거뒀다. 오상욱은 피스트에 주저앉아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 싸운, 진정한 ‘명품 펜싱’이 펼쳐진 것이다.

이제 둘은 ‘팀’으로 합체한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단체전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목표는 AG 남자 사브르 단체전 2연패다. 오상욱에게는 병역 혜택이라는 동기부여도 있다. 한편 16강전에서 대표팀 동료 남현희(37·성남시청)를 따돌리고 결승에 오른 전희숙은 결승에서 푸이팅(중국)을 8-3으로 제치고 AG 2연패에 성공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번째 펜싱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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