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상범’ DB 이상범 감독에 수성 아닌 도전의 새 시즌

입력 2018-09-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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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를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이상범 감독은 “새 시즌 전력 공백이 크지만 다양한 전략과 조합을 통해 다가올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 확정 직후 헹가래를 받고 있는 이 감독. 스포츠동아DB

버튼·벤슨·김주성·두경민 없이 새판 짜기
전훈서 전술과 선수 조합 테스트에 집중
“열정과 패기 등 DB 특유의 스타일로 승부”


남자프로농구 원주 DB는 2017~2018시즌 KBL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꼴찌 후보로 꼽혔지만 이변을 연출하며 정규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을 거둔 이후 내리 4경기를 연속 패하면서 챔피언 트로피를 서울 SK에게 넘겨줬지만 그들의 도전은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디온테 버튼(24)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열정으로 뭉친 식스맨급 국내 선수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라 더 값졌다.

하지만 DB의 2018~2019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 시즌 팀을 끌어갔던 4명의 선수가 팀을 떠났다. 베테랑 포워드 김주성(39)은 은퇴했고, 2명의 외국인선수 버튼과 로드 벤슨(34)도 함께 하지 않는다. 포인트 가드 두경민(27)은 군에 입대했다.

DB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범(49)은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시즌보다 팀의 구성 자체가 좋지 않아 전술과 전략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DB는 12일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체육관에서 열린 B리그 시가 레이크스타스의 경기에서 84-102로 졌다. 경기를 마친 뒤 이 감독은 쓴 입맛을 다셨다. “지난 시즌 전지훈련 때는 우리가 20점을 이겼던 팀인데…. 상대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지 않았던데, 윤호영이 벤치로 물러난 3·4쿼터 팀 수비가 전혀 안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치르는 연습경기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후반 수비가 무너졌다는 부분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하루 뒤인 13일 다시 만난 이 감독은 “시가전은 선수 조합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전지훈련 연습경기를 통해 전술도 테스트 하지만 선수 조합을 확인하는 작업에도 많이 신경을 쓴다”며 “그래야만 정규리그를 치르는 과정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전지훈련에서 확인했던 것을 하나씩 꺼내 쓸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라도 3·4쿼터 선수 조합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분석한 시가 레이크스타스전 가장 큰 문제는 높이였다. 윤호영을 벤치로 불러들이니 골밑 싸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 선수 조합에서 찾았다. 상대는 줄곧 외국인선수 2명을 기용했다. 센터자원이 좋은 KBL 몇몇 팀을 가상해 연습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리바운드에서 철저하게 밀렸다.

“버튼이 없는 것도 아쉽지만 벤슨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지난 시즌 벤슨이 리바운드에서 정말 많이 기여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는 원래 포워드 자원이다. 수비를 열심히 해주지만 아무래도 센터 수비가 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선수들이 조금 더 높이 싸움에 가세해줘야 하는 그 부분이 아직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의 진단이다.

13일 일본 나고야 원정을 지휘하며 활짝 웃고 있는 원주 DB 이상범 감독. 사진제공|원주 DB


그러면서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난 시즌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열정과 패기였다. 지난 시즌 성공으로 자신감은 좀 얻었지만 그게 자만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올 여름 훈련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안 좋은 모습들도 나온 적이 있다. 따끔하게 혼냈다. 그러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공격은 얘기 안한다. 수비와 리바운드를 열정적으로 해줘야 한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고,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다가올 시즌에는 DB를 경계하는 팀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DB가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DB를 잡기 위해 덤벼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팀들이 전력을 알차게 보강한 반면 DB는 그렇지 못 했다. 트레이드도 추진해봤지만 DB에 선수를 내주는 구단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식스맨급 선수를 데려다 주전급으로 활용하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DB와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는 자체가 부담이었다.

결국 현재 보유한 선수들로 이번 시즌에 승부를 봐야 한다. 이 감독은 “신인드래프트도 1라운드 후순위 선발권을 갖고 있어 뚜렷한 전력보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국내에서 연습경기를 시작 이후 다양한 전술과 조합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 효과를 봤던 장신 라인업 뿐 아니라 투 가드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중에 괜찮게 표출되는 것들을 챙겨놓으려 한다”고 전술적인 준비 과정을 대략적으로 얘기했다.

지난 시즌 호성적으로 부담도 된다는 이 감독. 하지만 선수들에게 성적에 대해서는 특별히 얘기하지 않는다. 또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공격에 대해서는 슛을 아무리 많이 던져도, 실책이 많이 나와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성공을 이뤄냈지만 그 자체로 선수들의 능력치가 확 달라지진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내가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하기 시작하면 선수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시즌과 똑같이 수비 부분에서만 주문하고 있다. 성적에 대한 것은 감독이 책임지는 부분이다. 선수들은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모든 걸 쏟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지난 시즌처럼 절실함을 가지고 코트에 나가서 죽기 살기로 해주면 팀이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만큼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라고 정신적인 준비의 중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가 꼴찌 후보가 아닐까요”라고 반문한 이 감독은 “‘갓상범’이라는 별명과 지난 시즌 성적이 부담되지만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몰라 더 흥미로운 것 아니겠느냐.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거침없이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나고야(일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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