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 중국축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18-10-16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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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거스 히딩크(72) 감독은 그동안 5개국(네덜란드, 한국, 호주, 러시아, 터키)의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건 중국이 처음이다. 히딩크가 연봉 400만 유로(약 52억원)에 중국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21세 이하(U-21) 대표팀을 조련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히딩크가 밝힌 1차 목표는 2020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동 출전 이후 본선 티켓을 따지 못했다. 이에 중국은 절절한 마음으로 히딩크에게 목을 매고 있다.

히딩크는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지도자다. 전성기를 지난 70대의 고령이지만 지도력에 관한 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히딩크가 중국 축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국내 한 축구인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은 이유는 히딩크의 팀을 만드는 능력 때문이다. 그는 “히딩크는 선수들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지도자다. 그 과정을 통해 팀을 강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이 짜임새를 갖춘다면 한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히딩크의 행보를 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한국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는 지난달 21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 취징 4개국 대회를 지켜본 뒤 중국 선수들에 대해 “기술과 체력, 전술 모두 떨어진다. 선수 선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판단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 그대로다. 중국축구의 근본부터 송두리째 바꿔야한다는 처방전을 내놓은 셈이다. 2002년에도 본격적인 조련에 앞서 한국축구를 가감 없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선수들을 테스트한 뒤 “기술은 좋은 데, 체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강한 정신력을 자랑하던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뭉개버린 것이다. 그건 곧 한국축구가 나아갈 방향성이기도 했다.

히딩크는 현재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통해 중국 선수들을 조련 중이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원한다. 훈련 첫날 목적 없이 뛰던 선수들이 지금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의도대로 조금씩 나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녹록치 않다. 우선 내년 3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통과해야한다. 예선을 통과하면 16개국이 겨룰 AFC U-23 챔피언십 본선(2020년 1월· 태국)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티켓을 거머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히딩크와 김학범 감독의 격돌은 또 다른 화제가 될 수 있다.

아무튼 중국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히딩크가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는 매직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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