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월드컵 진출 이뤄낸 농구대표팀 김상식 감독

입력 2018-1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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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로 투입됐지만 차분한 리더십으로 성과를 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2일 요르단전 승리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본선 진출 티켓을 확정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직후 허재 감독이 사임하며 급히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이 만든 성과다.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많은 주목을 못 받았지만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2일 펼쳐진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2라운드 요르단과의 경기를 승리해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내년 2월 예선 월드컵 예선 2라운드 5·6차전이 예정돼 있지만 최소 조 3위를 확보해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결정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직후 허재(53) 감독이 사임하면서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받은 김상식(50) 감독에게 대표팀과 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눈길을 끌었다. 경기를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질책보다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차분하게 팀을 지휘하면서 역전승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9월 감독대행으로 치른 2경기를 포함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펼친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코치 시절까지 포함해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어, 내가 뭘 원하는지 선수들이 너무 잘 안다. 잘 안 되는 1~2가지만 얘기하면 선수들이 그 이상을 해준다. 큰 소리가 필요 없다”라며 웃었다. 이어 “내가 프로팀을 지도하고 있다면 달랐을 수도 있다. 선수의 성향에 따라 때로는 강한 질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대표팀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 내가 말하기 이전에 선수들이 먼저 움직여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호’에 대한 외부 평가는 긍적적이다. 김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귀화선수 라건아(현대모비스)에게 집중됐던 공격전술은 분산되고 있다. 스피드도 한층 좋아졌다.

김 감독은 “볼의 흐름을 원활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런 방법을 활용했는데 결과가 좋다보니 더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 치른 2경기는 이전과 달리 라건아를 포스트에 넣고 경기도 했다. 무작정 포스트를 고집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줬던 게 경기 후반에 잘 먹혀들어가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과한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감독의 매우 신중한 성향은 대표팀 전체 색깔을 바꾸고 있다. 김 감독은 꼼꼼하게 하나, 하나를 살폈다.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하기 위해 KBL 경기장을 꾸준하게 방문했고, 필요하면 선수에게 직접 전화해 몸 상태를 체크하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대표팀 지도자들도 있어 호평을 들었다. 또한 경기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지난달 29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 3차전의 경우 본선 진출에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였다. 김 감독은 레바논 분석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9월 경기를 마치고 약 2달 동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많으니 생각이 더 많아졌다. 구상했던 걸 지우고, 다시 만들고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단순하게 하자’라고 생각을 바꾼 게 더 나았다. 내년 2월에도 월드컵 예선 5·6차전이 예정돼 있는데 꼼꼼하게 준비하되 전술적인 부분 등은 단순하게 가져가려 한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꼼꼼함은 버릴 수가 없었다. 최근 휴식 중인 감독은 조만간 KBL 경기장을 다시 찾아다니며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내년 2월에는 기존 대표팀 선수들이 아닌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대표팀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구상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월드컵 예선 성적이 본선 조 추첨 시드배정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다. 이럴 경우 원정으로 치러야 하는 월드컵 예선 5·6차전을 모두 승리해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FIBA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 시드배정 기준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두루 살피면서 2월 경기를 준비하려 한다. KB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을 불러들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상황을 봐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니 선수들 풀을 넓게 구성해서 KBL 경기를 보면서 기존 대표팀 선수들과 새롭게 발탁할만한 선수들을 추려볼 생각이다”라고 대략적인 구상을 얘기했다.

김 감독에게는 ‘대행 전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있다. 안양 KGC, 고양 오리온, 서울 삼성 등에서 코치로 생활하다 감독이 사임하면서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한 경력이 많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출발해 감독대행으로 9월 A매치 2경기를 치렀고, 이후 정식 감독이 됐다. “내가 타고난 운명인지도 모르겠다”라며 웃은 김 감독은 “그 덕에 좋은 감독님들 밑에서 많이 배웠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허 감독님이 월드컵 예선 1라운드에서 중국과 뉴질랜드를 한 번씩 잡아준 덕분에 본선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허 감독님을 포함해 코치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감독들께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년 2월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한다. 사임한 허 감독의 계약기간까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허 감독님이 사임 직후 팀을 맡을 때부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내는 데만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일단 내년 2월로 예정된 5·6차전을 잘 치를 수 있는 데만 집중하려고 한다. 당장 앞에 있는 일만 생각하려 한다”고 월드컵 본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김상식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1968년 3월 14일 ▲ 출신교=양정고~고려대 ▲ 프로선수 경력=나산 플라망스(1997~1998), 안양 SBS(1998~2003) ▲ 지도자 경력=안양 SBS 코치-감독대행(2005~2007), 대구 오리온 코치-감독대행(2007~2008), 대구 오리온 감독(2008~2009), 남자농구대표팀 코치(2011), 서울 삼성 코치-감독대행(2012~2014), 남자농구대표팀 코치-감독대행-감독(2016~현재)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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