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폼만 보면 안다, 저 놈이 클 투수인지를!

입력 2011-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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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야구는 투수놀음” 승리 좌우 핵심 전력은 마운드
빠른 직구도 예리한 변화구도 그 출발은 투구폼
힘에 의존해 무리한 투구하면 결국 부상만 불러
몸에 맞는 자세+꾸준한 훈련=에이스의 지름길
야구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초창기부터 프로야구와 함께 한 입장에서는 여간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니다. 올해 600만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주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TV나 기타 매체를 통해 야구를 접하는 팬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라운드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서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훈련하며,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심리 상태를 보이는지 등등 투수와 관련된 나름의 이론을 ‘투수학 개론’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첫 회는 개괄적인 부분이다. 영상이 아닌 지면이라는 특성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에서 정보 전달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정보와 이론들이 직접 야구를 할 때는 물론 팬으로서 경기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투수는 영광의 자리

경기장을 들여다보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순간 모두의 시선은 마운드에 우뚝, 어쩌면 외로이, 서 있는 투수를 향하고 있다. 이런 영광의 자리라는 인식 때문인지, 최근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투수를 하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요즘 야구 열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인 야구에서도 투수가 대세다. 투수란 포지션이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위치라는 점 때문에 과외수업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투수는 얼마나 중요한 포지션이길래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중학교 시절, 투수코치가 곁에서 해준 지도를 받은 선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로 뛰면서 전문코치로부터 기본적인 투수 메카닉을 배운 사람이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중학교 레벨에서 그런 수준의 코치로부터 기술을 전달받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TV를 통해 훌륭한 선수의 투구폼을 보며, 또는 책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터득한 선수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타자보다는 투수의 메카닉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나오며, 또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투구의 본질

기본적으로 타자가 투수로부터 상대해야 하는 구종은 여러 개이며, 이것조차 일정하게 오지 않는다. 여기에 프로의 경우 특정 타자가 상대해야 하는 투수의 숫자도 최소한 80명은 된다. 현재 우리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구종이 5개라고 가정해도 타자 입장에서는 무려 400가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수는 어떤가. 심판의 특성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스트라이크존은 변하지 않는다. 즉, 투수가 목표로 하는 지점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측면으로부터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 자, 최종 목표지점에 변화가 없다. 던지는 사람, 즉 투수의 폼이 일정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고, 공에 실리는 자신의 힘이 일정하다고 가정하자. 쉽게 말해서 기계적인 투구동작으로 투구를 하면 포수가 원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단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타자가 공략하는 상황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차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골프와 비교해 보자

최근 우리나라 여자 골프선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골프에서 한국 여성들의 맹활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중요한 하나를 꼽자면 우리 선수들은 스윙폼이 교과서적이라는 점이다. 목표지점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골퍼들이 코스나 그린을 공략하는 것과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것은 일맥상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골퍼의 교과서적인 스윙폼과 그리고 투수의 투구 메카닉. 실제로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 예리한 변화구를 던지고 싶다,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고 싶다, 헛스윙 삼진을 잡고 싶다, 경기에 이기고 싶다…. 모든 투수의 이런 로망을 이루고 싶다면 가능한 정확한 투구 메카닉을 자신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20세 이하의 어린 학생들에게 기본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릴 때 형성된 투구폼을 프로에 입단한 뒤 교정하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단 한 번이라도 투수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굳어지기 전에 몸에 맞는 투구폼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에 금세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투수의 숙명

투수라는 자리는 모든 사람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포지션이다. 마운드 위에서는 혼자다. 투수가 투구를 해야 경기가 시작된다.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선수는 한 팀에 단 한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에이스가 돼야 한다지만 에이스가 되기 위한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도망치고 싶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름길은 없다. 하나 하나 기본을 익히고 매일처럼 연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많은 훌륭한 투수들이 말한다. “실력향상에 왕도는 없다. 그러나 피칭을 하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진정 즐거워 하며 마운드에 올라라”고.

그렇다고 무작정 열심히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정말 투수에게 중요한 메카닉, 즉 투구폼을 찾는 게 우선이다. 자신의 신체 특징에 알맞은 바른 투구폼을 익힌다면 구속도 향상될 수 있으며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제구력도 좋아질 것이다. 반대로 힘에 의존한 무리한 투구폼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할 뿐더러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과 신체의 가동범위를 인식하여 쓸데없는 힘의 소비가 아닌 손실이 없는 투구폼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보자.


양상문 해설위원은?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투수코치, LG 투수코치.
야구를 통해 희생정신과 정직성을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정의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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