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루시드 드림’ 감독이 밝힌 ‘인셉션’과의 차이

입력 2017-02-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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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영화를 이야기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개봉한 ‘인셉션’은 ‘꿈 도둑’을 소재로 한 영화로 놀란 감독이 자각몽(루시드 드림)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한 작품이다. 자각몽, 공유몽, 몽중몽 등 다양한 개념의 꿈을 1억6000만 달러(한화 1836억원)를 들여 스크린에 실현했다. 결말을 두고 해석 논란이 나올 만큼 어렵고 복잡했던 ‘인셉션’은 재관람 열풍을 부르기도 했다.

7년이 흐른 현재, 국내에도 최초로 루시드 드림을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했다. 제목도 용어 그대로 ‘루시드 드림’이다. ‘인셉션’과 같은 자각몽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피한 것이 사실. ‘루시드 드림’을 연출한 김준성 감독 또한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인셉션’이 당연히 같이 언급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대단한 작품인데다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잖아요. ‘인셉션’이 꿈에 대한 철학과 설계에 집중했다면 ‘루시드 드림’은 꿈보다는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아버지가 꿈을 통해 단서를 가지고 아이를 찾아가는 지점에서 ‘인셉션’과 내용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준성 감독이 처음부터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 또한 놀란과 마찬가지로 ‘자각몽’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자각몽과 디스맨(타인의 꿈을 공유하는 사람)을 접한 그는 영화사 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루시드 드림’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게 됐다.

“처음 계획한 것은 [꿈을 통해 범인을 찾는] 범죄 영화였어요. 2012년 말 초고를 썼고 오래 준비해온 첫 장편 영화죠. 어떻게 만들어야 대중이 재밌게 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인셉션’처럼 관객들이 기대하는 점이 분명히 있을 텐데 예산은 정해져 있고. 비주얼적으로 고민이 많았죠. 이 한계들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다가 드라마를 결합하게 됐어요.”

김준성 감독은 드라마를 살리는 방법을 택했고 보편적인 드라마 정서 가운데 부성애 코드를 결합했다. 판타지 속 부성애를 리얼하게 표현할 배우를 찾다 배우 고수를 캐스팅했다. 김 감독은 “연기도 되면서 판타지 장르에 어울리는 판타지스러운(?) 외모의 젊은 배우를 찾았다. 고수는 실제로도 한 아이의 아버지고 부성애 연기에 대한 욕심도, 판타지 장르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고수와 김준성 감독 사이의 신뢰감은 굳건했다. 고수는 “살을 찌웠다가 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김 감독의 제안에 초반 살을 찌웠다가 유괴 사건 이후 모습을 위해 총 18kg를 감량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그만큼의 감량을 요구한 건 아니었다. 배우로서의 욕심에 ‘할 거면 제대로 한다’ 마인드였던 것 같다. 밥을 한 끼도 안 먹고 해바라기 씨앗만 먹었다. 생존의 수준 정도였다”면서 열정에 고마워했다.

이밖에도 설경구가 절절한 부성애의 깊이를 더했고 강혜정이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을 통해 많이 배웠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 많았는데 대단하고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관객들을 만나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준성 감독의 차기작은 영화 ‘서울’이다. 1980년대초 군사정권 시절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힘쓴 대한체육회 공무원들의 이야기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김 감독은 “현 시국과 맞닿은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대적 상황에서 실무자들이 느끼는 딜레마를 흥미롭게 풀어낼 계획이다.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가 캐스팅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저는 도전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관객들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영화를 만드는 게 제 욕심이자 바람이죠. ‘루시드 드림’처럼 말이에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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