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재욱 “‘보이스’에 집중하려고 ‘피고인’ 안 봤다”

입력 2017-03-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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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보이스’에 집중하려고 ‘피고인’ 안 봤다”

배우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연기에 미칠 때이다. 작품과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어 혼신의 연기를 펼칠 때 관객(시청자)으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지난 12일 종영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에서 ‘권력형 살인마’ 모태구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도 그런 경우다.

극 중 김재욱이 맡은 모태구는 어린 시절 아버지 모기범(이도경)의 살인 행위를 목격하면서 사이코패스로 성장한 인물.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인 동시에 시체 전시, 사체 훼손 및 수집 등 엽기적인 행위로 보는 이들을 뜨악하게 하는 캐릭터다. 기존의 권력형 살인마와는 또 다른 공포감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미치광이 살인마’를 오롯이 연기한 김재욱은 배우로서 재평가되고 있다.

“많은 분이 (작품과 캐릭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만, 이런 관심으로 인해 연기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주진 않았어요. 캐릭터가 흔들리거나 더 잘하려는 욕심보다 모태구라는 ‘인물의 기승전결’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밸런스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선악의 중심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캐릭터가 나온 것 같아요. 만족해요.”

김재욱은 소신이 강한 배우다. 남을 따라 하기보다는 날 것이라도 제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때론 외골수라는 평가를 받지만, 작품과 캐릭터 빛이 나면 그걸로 만족할 줄 아는 배우다.

“‘피고인’요?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작품에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물론 엄기준 선배님 연기야 참고할 점이 많아요. 하지만 저만의 모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참고한 작품이라면,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가 전부예요. 크리스찬 베일의 섬세한 연기를 많이 참고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모태구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어린 시절 제가 경험한 소위 ‘금수저’ 친구들의 음습한 느낌도 연기로 표현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모태구가 됐어요.”

비록 특별 출연이라도, 캐릭터를 향한 김재욱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재욱’이라는 이름 석자가 오롯이 빛난 건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0년 만이다. 원톱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장식할 수도 있었지만, 김재욱은 스타가 아닌 배우로 남고 싶다.


“유명해질 기회도 있었어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 캐스팅 당시 제가 원톱 주연인 드라마에 캐스팅됐어요. 그런데 끌리지 않았어요. ‘앤티크’ 속 인물에 더 호감이 갔어요. 돈이야 벌 수 있지만, 그러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게 미련하다는 분도 계신데, 후회는 없어요. ‘앤티크’와 ‘보이스’를 택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김재욱의 연기관은 단단하다. 빈틈 없고 고집스럽다. 그러나 때로는 조급함도 느낀다. 김재욱은 “조급할 때도 있고, 밤잠을 설치는 순간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도 ‘배우’라고 생각한다. 잊혀지는 것이 두렵고, 순간 겁이 날 때도 있다. 갑자기 ‘이 일(연기)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고민은 배우가 견뎌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 16년 차가 되니 달라지는 점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전에는 오직 내 연기만 집중했는데, 이젠 현장을 살핀다. 후배 연기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스태프들에게 도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신경 쓰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좋다. 현장에 있다는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빠른 길을 마다하고 먼 길을 돌아온 김재욱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이제 잘 꼭 맞은 옷처럼 잘 어울린다. 수식어가 필요한 배우가 아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배우로 기록되고 싶은 그다. 그리고 차기작 역시 와 닿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나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요. 다만, 접하는 시나리오 중에 마음 끌리는 대로 결정하지 않을까 해요. 무거운 연기를 했으니,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좋겠네요. 저도 보는 분도 잘 와 닿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웃음)”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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