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민우혁 “‘불후의 명곡’ 1등부터 ‘벤허’ 캐스팅, 이거 현실이죠?”

입력 2017-09-30 1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뮤지컬 ‘위키드’, ‘아이다’에 이어 올해 ‘벤허’까지 뮤지컬 배우 민우혁은 어느 때보다 힘찬 노 젓기를 하고 있다. 또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 ‘세상 다정’한 남편으로 나와 여심을 자극하고 있고 ‘불후의 명곡’에서는 열정적인 무대로 이름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리기도 했다. 이 결과가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우혁은 지금 걷고 있는 ‘꽃길’이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민우혁이 꽃길을 걸으며 만난 작품은 ‘벤허’다. ‘벤허’는 1880년 출간된 루 윌리스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대중들에게는 1959년 찰턴 헤스턴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져있다. 귀족 가문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의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민우혁은 극중 ‘메셀라’ 역을 맡았다.

처음 ‘벤허’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고. 그는 “해외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는 이야기를 한국에서 만든다고 하니 신기했다. 또 소설이나 영화를 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워낙 스케일이 크고 내용도 대서사니까 이걸 무대에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 지도 궁금하더라”고 말했다.

“‘메셀라’ 역을 제안 받았을 때, 기대감보다 부담감이 더 컸어요. 이 작품은 이름만 들어도 ‘우와’하는 반응이 저절로 나오잖아요. 명작 중에 명작인데, 이걸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제가 이렇게 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게다가 ‘아이다’ 때 몸매를 만드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또 써먹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하.”


‘메셀라’는 어렸을 적 부모를 여읜 후 유대인 ‘벤허’ 집안에서 ‘유다’와 함께 자란 로마인이다. 하지만 로마의 제국주의에 심취해 ‘벤허’ 집안을 배신했고 곤경에 빠트리는 인물이다. 처음에 민우혁도 “이 시대에 없을 만한 악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가 안쓰럽고 불쌍해졌다고.

“‘메셀라’가 왜 악인이 될 수 없었는지 관객들에게 공감을 가게 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런데 메셀라의 분량이 이를 설명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서 기승전결을 잘 이어가야 했어요. 메셀라는 어렸을 적부터 벤허 집안과 자신은 섞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어찌됐든 유대 땅이 로마의 속국이었고 자신은 로마인이잖아요? 모든 걸 삐뚤어지게 생각하며 자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스스로 악인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 좀 안타깝더라고요.”

메셀라 역은 격렬한 검투 장면과 전차 씬 등 체력적으로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다치는 건 예삿일도 아니었다고. 검투 장면을 연습할 때는 칼이 튕겨서 눈에 맞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전차 장면을 연기할 때는 채찍을 치다가 얼굴에 맞아 퉁퉁 부은 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채찍을 칠 때 허공에 쳐야하는데 약하게 치면 보시기에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세게 치는데 반동으로 얼굴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기계 말 머리, 다리를 다 배우들이 버튼으로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을 할 때 노래도 불러야 하고 말도 움직여야 하고 채찍도 쳐야 해서 생각할 게 정말 많아요. 처음에는 조금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함께 공연을 하는 ‘벤허’ 역 배우들과는 어떨까. 특히 민우혁은 선배 유준상과 같은 날 무대에 서는 날이 많다고 했다. 이 두 사람이 서는 날은 ‘에너지 페어’라고 불린다고. 그는 “유준상 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드라마도 같이 촬영 중이어서 정말 놀랐다”라며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주연으로서 그 무게감에 책임감이 철저하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다 있더라”고 말했다.

“박은태 씨나 카이 씨 모두 한 치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 하시더라고요. 뭔가 사명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런 배우들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어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늘 감사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 최근까지 민우혁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의 노력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작품의 크기 여부를 떠나 작품으로 행보를 끊임없이 이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간 그가 많은 제작진들의 눈에 띈 것임이 증명되기도 한 셈이다. 여기까지 온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처음 뮤지컬 시작하면서 이런 날을 상상했어요. 잘 됐을 때의 모습을. 사실 언젠가는 오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이 정도까지도 상상을 못했어요. 예전에는 공연장에서 저를 아시는 분들도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조금씩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늘어나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면서도 점점 더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느껴져서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그는 최근 방송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도 출연 중이고 ‘불후의 명곡’에도 나가고 있다. 특히 ‘불후의 명곡-이미자 편’에서는 녹화장에 오신 어머니를 위해 ‘여로’를 열창했고 1위를 차지해 더욱 화제가 됐다. 그는 “배우가 되고 어머니께 공식적으로 처음 효도를 한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원래 이미자 선생님 편에는 제가 출연하지 않기로 돼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저를 직접 부르셨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노래를 준비했어요. 어머니와 이모들께서 ‘여로’를 적극 추천해주셨어요. 노래를 부르며 왜 그 곡을 부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노래를 하면서 어머니의 젊었을 때가 생각이 났고,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불후의 명곡’을 통해 지인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그는 “주말에도 공연을 하니 본 방송을 못 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검색어에 오른 것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한다”라며 “그럴 때마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다”라고 말했다.

‘살림하는 남자들2’를 통해서는 유부남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방송을 통해 가족과 자신의 삶을 공개한 민우혁은 자상한 남편과 아빠, 효도하는 아들과 손자로 모습을 보이며 ‘훈남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친구들은 ‘야, 좀 그만해. 우리 아내가 잔소리하잖아’라는 문자를 자주 보낸다고.

“어머니 친구 분들도 ‘아들 잘 키웠더라’며 칭찬을 하신대요. 사실 이 방송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가족 때문이에요. 아내가 활동을 했던 사람인지라 저 때문에 괜히 언급되는 게 미안했거든요. 그래서 번번이 가족이야기를 못 꺼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숨기고 있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살림남2’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앞으로 민우혁은 계속해서 열심히 전진할 계획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무대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행복하다며 힘찬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아이다’를 끝내고 한 달 정도를 쉬었는데 하루, 이틀을 쉬고 나니 빨리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계속 전진하고 싶어요. 늘 부족함 없는 기량과 실력을 가꿔서 ‘민우혁 정도면 쓸 만하지!’라는 말을 듣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