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박혜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입력 2018-01-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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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어요, 그의 일생이.”

뮤지컬 배우 박혜나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만난 ‘마츠코’가 남들이 보기엔 기구한 일생일지 모르나 대신 살아본 사람으로서 “참 아름다운 일생”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끝, 그러니까 마츠코가 넝마를 입고 비참하게 죽었을지는 몰라도 단 한순간도 ‘사랑’을 놓친 적이 없던 그의 삶의 과정이 누구보다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마츠코’는 참 열심히 살잖아요. 쓰러지면 또 일어나서 사랑을 하고. 또 쓰러지면 일어나고요. 참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감히 누가 그런 선택을 하며 살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의 삶을 ‘혐오스럽다’고 하죠. 그 ‘혐오스럽다’는 건 어떤 잣대로 평가하는 걸까요? 사람의 일생을 단순히 결과물만 보고 판단할 순 없는 것 같아요. 타인의 삶을 다 아는 것도 아닌데 함부로 말하고 다닐 순 없는 거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유명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동명소설과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최근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 이 극은 아버지의 사랑이 갈급했던 사람 ‘마츠코’가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에 배우는 ‘마츠코’의 일생을 모두 무대 위에서 표현한다. 올라간 순간 체력적으로나, 마음으로나 너무 힘이 들지만 박혜나는 “힘이 들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그녀의 삶을 살고 나오면 정말 힘들어요. 안 돼서 힘들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고요. 그럼에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원작소설 뿐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도 많다. 그래서 이 작품이 무대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설렘도 있었겠지만 우려도 있었을 법 했다. 혹여 보는 관객들에게 실망감은 안겨주진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안겨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연출가께서 배우들에게 생각을 열어주셨어요. 물론 뿌리는 같지만 뮤지컬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요. 텍스트 안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했어요. 영화는 연출의 시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면 뮤지컬은 배우들을 통해, 또 관객들을 통해 각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영화에서 보이는 시각효과나 음악 등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소리도 많지만 그런 효과가 뮤지컬에서 보이기도 힘들뿐더러 영화만큼의 효과를 얻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박혜나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하면서 무대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것이 더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라며 “예전에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했었다. 그게 맞지만 오히려 나를 가두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 작품이 그런 것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용납하지 않았는데 제가 연기하는데 자유롭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위키드’에 처음 낙점됐을 때는 제가 정말 그리던 무대에 올랐고 그 해에 제게 많은 일들이 와서 ‘다 잘 해야 돼’라는 부담이 확 다가오더라고요. 그 무게감이 두려움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하면서 그 부담을 덜면서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무대에 오르게 된 것 같고요.”

새로운 해를 맞아, 더 다양한 작품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박혜나는 “결국 내가 선택하는 건 ‘사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오케피’를 할 때 평소 팬이었던 배우 황정민이 연출을 맡는다는 이유로 덥석 출연을 하겠다고 했다고. 박혜나는 “좋은 배우와 스태프를 만나면 내가 조금 더 제대로 하는 사람이 돼있는 것 같다”라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그렇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내게 새로움을 안겨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이 결국 좋은 공연을 만들고, 그로 인해 제가 좋은 영향을 받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배우 한 개인의 바람이죠. 전 언제나 제 열정을 불사를 준비가 돼있거든요. 하하. 그래도 공연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그 때 제대로 불살라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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