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윤석의 ‘1987’ “늘 최루탄 냄새…대자보 돕던 학생”

입력 2018-01-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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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의 소개 글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두 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극 중 하정우에서 시작된 프로타고니스트(주동인물)는 이신성 서현우 이희준 이현균을 거쳐 유해진으로 옮겨간다. 이후 최광일 김의성 강동원 설경구 김태리 등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 마침내 민중의 함성으로 퍼져나간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릴레이에서 홀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김윤석이 연기한 절대적인 안타고니스트(반동 인물), 박처장이다. 박처장은 간첩 및 용공 사건을 전담하는 대공수사처의 실세로, 반공이 애국이라 굳게 믿으며 수사에 있어서는 잔혹한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스물두 살 대학생(故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다.

박처장은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배우의 입장에서는 선뜻 맡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화와 실존 인물의 무게에도 김윤석이 악역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Q. 왜 ‘1987’을 선택했나요.

A. 먼저 장준환 감독에 대한 끝없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말 좋아하는 감독님이에요. 전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같이 하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준 시나리오도 매력적이었어요. 영화적인 매력과 감독에 대한 신뢰감? 사명감을 내세우기 더 미안해요. 그간 다큐멘터리로만 만들어졌던 6월 항쟁을 극영화로 만들어내는 시도도 좋았어요. 영화를 잘 만드는 것에 저도 동참하고 싶었어요.


Q. 현장에서 장준환 감독은 어땠나요. 시사회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A. 현장에서는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감독이었어요. 얼마나 집요하고 지독한데요. 하나하나 안 놓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감독님이에요. 끈기와 에너지가 대단해요. 장염에 걸렸는데도 티 안 내고 계속 끝까지 버텨주더라고요. 현장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장준환 감독이었습니다.


Q.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악역이 중심에 있고 선한 역할이 주변에 몰린 구조가 특이했어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하나둘씩 모여들다 다함께 터지는 구조. 굉장히 영리한 했죠. 당시 사건도 실제로 그랬고요. 영화의 구조가 실제 사건과 되게 닮은 느낌을 받았어요.



Q. 박처장 역할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누군가 가운데서 버텨줘야 하니까. 힘 있는 사람이 버텨줘야 그것에 무너질 때의 현상도 더 크게 와 닿는 거잖아요.

201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 기일 행사 때 부산 광복동에 감독님과 함께 참석했어요. 아버님과 누님을 만나 ‘1987’을 준비한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구했죠. 가족들이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형님은 저에게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걱정된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사회 때 영화를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Q. 힘 있는, 위압감 있는 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A. 예를 들어 ‘황해’의 면정학이나 ‘타짜’의 아귀는 놀면 돼요. 그 자체가 캐릭터의 성격이니까요. 하지만 ‘1987’ 박처장은 권력의 어둠을 온몸으로 안고 가는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 하나로 몰아가는 작품이죠. 개인의 연기력보다는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권력의 이면에 대한 상징성을 획득하는 게 더 중요했어요. 놓치고 가면 안 되는 부분이었어요.

외적으로는 마우스피스도 껴보고 이마도 M자로 더 깎았어요. 실존 인물이 거구라 몸에 패드도 댔죠. 평안도 출신의 캐릭터라 평남 출신을 만나서 사투리를 사사 받았어요. 연습 밖에 없었기에 연습 또 연습했죠. 배우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충족시키려고 했어요.


Q. 실존 인물의 자료가 많지 않았을 텐데 어렵지 않았나요.

A.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자료가 거의 없었어요. 작가님이 몇 안 되는 자료를 모으고 모아서 쓰셨죠. 그 사람이 만났던 사람들의 글이나 사진을 토대로요.


Q. “책상을 탁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를 할 때 어떤 심경이었나요.

A. 시대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죠. 연극으로도 많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말인데 젊은 친구들 중에서는 몰랐던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우스울 수밖에 없었죠. 기가 차잖아요. 말이 안 맞는 말이다 보니 즉흥적으로 이상한 추임새가 나왔는데 예고편에도 나갔더라고요.



Q. 실제로 그때 그 시절, 기억하나요.

A. 운동권 핵심이 아니어도 일반 대학생들은 누구나 두세 번은 동참했던 시절이었어요. 데모를 안 하는 사람이 없었죠. 학원가 주변에는 늘 최루탄 냄새가 맴돌았고요. 심심하면 휴교령이 떨어졌어요. 모이면 집회를 하니까 아예 휴교를 해버리고 시험도 레포트로 대체했죠.

신념에 뭉친 사람이 아니어도 함께 대자보를 쓰곤 했어요. 저도 제가 속한 서클의 옆 방이 사회과학연구소였어요. 대자보를 함께 쓰면서 도왔죠. 사명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많이 붙여야 하니까. 손 하나 거들어서 돕던 시대였죠.


Q. 개인적으로 ‘1987’은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요.

A. 이 작품으로 2017년을 마감하고 2018년을 열게 돼 영광스럽고요. 배우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저 역시 1987년에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작품이기도 해요. 놓쳤던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Q. 1000만 영화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어요.

A. 좋게 봐준 분들이 많아서 흐뭇하죠. 의미 있는 영화니까요. 영화 제목에 만을 붙인 만큼 들어온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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