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공연]꽁꽁언호수위의백조?…발레,스케이트를신다

입력 2008-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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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너나 하세요.” 내한을 앞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은 ‘쇼’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도발한다. ‘또 왔군’ 싶을 정도로 어느덧 여름 시즌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아이스쇼.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을 허공에 띄우고, 은빛 아이스링크 위를 매끄럽게 질주하는 무용수들의 스케이팅은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더위 한 철을 잊게 만든다. 뮤지컬, 클래식, 퍼포먼스, 아크로바틱을 버무려 만든 아이스쇼와 달리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연은 정통 발레의 ‘얼음버전’이다. 토슈즈 대신 스케이트를 신은 무용수들은 환상적인 발레 동작과 역동적인 스케이팅을 차이코스프키의 촉촉한 음악 위에 얹어 우아한 고전발레의 마력을 얼음판 위에서 완벽하게 재현한다. 이번 공연은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여타의 아이스쇼와 달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놀랍지 않은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아이스발레라니! 러시아 기술진은 ‘얀쯔맷’이라는 특별공법을 사용해 24시간 만에 대극장 무대를 아이스링크로 완벽하게 변신시킨다. 먼저 자가 냉동식 링크에 총 15톤의 분쇄얼음을 쏟아 부은 뒤 기름칠을 한 듯 매끈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 12시간 동안 20분마다 얼음을 뿌려주면 마술처럼 즉석 아이스링크 뚝딱!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단은 1995년 이 기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미국과 캐나다 오페라극장에서 폭발적인 인기 속에 공연을 마침으로써 아이스발레를 정통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아이스쇼와 차별화해 링크가 아닌 극장 공연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단의 이번 레퍼토리는 차이코프스키의 ‘영원한 발레명품’ 백조의 호수. 1877년 초연 때에는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사후인 189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연에서 비로소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왕자 지그프리트와 백조의 여왕 오데트가 마법사 로트바르트를 쓰러뜨리고 결혼하는 ‘해피엔딩’과 두 사람의 사랑이 죽음으로 맺어지는 ‘새드앤딩’이 따로 있다. 연출자의 ‘입맛’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게 되는데, 과연 이번 공연에서는? 입이 근질거리지만 스포일러의 오명은 달갑지 않으므로 여기까지. 대신 극 중 1막 2장 ‘밤의 호반’에서 바이올린의 한 줄기 선율을 타고 흐르는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2인무 신을 강추해 드린다. 보고 또 보아도 마음 한 구석이 시린 명장면이다. 7월23∼24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문의 서울예술기획 548-448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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