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유명한´박쥐´왜★2~3개에그치는가

입력 2009-05-10 0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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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쥐’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송강호(왼쪽)와 김옥빈.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감상평을 믿을 수 없는 영화다. 호불호가 이토록 명확할 수 없다. 어떤 이의 눈에는 최고의 영화다. 누군가는 지루한 영화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절대부분 박찬욱의 성가로 ‘박쥐’는 날개를 달았다. 뱀파이어를 통해 표현코자 한 박찬욱의 연출 의도는 분명하고도 강렬하다. 왜 가톨릭 신부 ‘상현’(송강호)의 몸을 빌려 불륜과 살인을 이야기하는가. 날 것의 인간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는 근엄하고도 웅장하다. 난파선의 선원들이 서로의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은 날 것의 본성을 드러낸다. ‘박쥐’가 포착한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성스러움에 싸여 남을 해치지도, 섹스도 하지 못하는 신부를 스스로의 금기에서 탈출시키고 무형의 죄의식을 영상으로 발현한다. 죄와 구원, 속죄의 철학적 명제들을 강렬한 멜로의 힘으로 이끌어낸다. 불륜이 도구다. 극단적 설정, 파격적 전개로 박찬욱의 카리스마는 표출된다. 종교적 코드와 블랙 유머, 백색 화면들은 그의 ‘친절한 금자씨’와도 맞닿아 있다. 박찬욱 감독 말마따나 “걸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박쥐’다. 무겁고 숭고한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촌철살인 블랙코미디가 경지에 이르렀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세계적인 공신력까지 얻은 작품성이다. 그러나 대중성과는 별개다. 포털사이트 평점은 네이버 5.44, 네이트 5.4, 다음 4.7(10일 기준)이다. ★로 따지면 2~3개 쯤 줄 수 있다. 모 아니면 도로 수렴되는 ‘박쥐’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다. 허약한 내러티브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강렬한 모티브와 메시지, 인간의 근원적 욕망 탐구 장면장면은 상징성으로 가득하다. 송강호의 성기 노출마저도 죄의식과 속죄, 순교적 의미를 덧입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코드들은 연출의도라고 수용해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초반 강렬하게 관객을 흡인한 ‘박쥐’는 중반 이후부터 체력 저하에 허덕인다. 초인적 능력을 지니게 되고, 색다른 방식으로 피를 빨아먹는 한국형 뱀파이어는 독특하고 기발하다. 쩝쩝대는 흡혈 사운드가 경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반복은 신선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는 내러티브가 힘을 써야 한다. 결국, 슬프거나 아름다운 멜로가 될 수 없는 ‘박쥐’는 고상하거나 천박하다. 【서울=뉴시스】 관련동영상


▲동아닷컴 뉴스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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