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용. 스포츠동아DB
다음날 만난 채병용은 “기록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이 좋았다는 얘기에도 “15년째 이 스피드로 공을 던지고 있다. 제구도 늘 자신이 있다”고 개의치 않았다. 그가 이토록 무덤덤할 수 있는 건 야구를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채병용은 “매 순간 공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 던진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올해는 그 마음이 더 강하다. “야구를 잘 하고 싶다”, “공을 더 던지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단순히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팀 분위기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다고 했다.
SK는 올해 김용희 감독 체제로 첫 발을 내디뎠다.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본 전문가들은 올 시즌 SK를 우승후보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SK의 전력은 워낙 뛰어나다. 채병용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팀 분위기다. 우승을 경험해봤기에 분위기가 팀에 얼마만큼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벤치에서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응원한다”며 “공수 교대할 때나 타석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수들이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고 귀띔했다.
채병용도 이런 팀 분위기 덕분에 더욱 힘이 난다. 그는 17일 이재영(36)이 1군에 올라오기까지 투수조 최고참이었다. “이전까지 몰랐는데 고참 자리에 올라오니까 보이는 게 있더라”며 “야구도 잘 해야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내 몫인 것 같다. 선후배의 위계질서는 지키면서도 즐거운 팀 상황을 계속 지켜나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승후보라는 말에도 “‘후보’자를 빼야 한다”고 했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채병용은 “우승후보라는 말은 감사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우승후보가 아닌 진짜 우승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그에겐 있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