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근성’ 합격점 받은 폭스, 김성근 야구와 통한다

입력 2015-05-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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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폭스
■ 한화 대체 용병, 과연 복덩이가 될까?

2013년 한해 176경기 뛴 ‘집념의 상남자’
포수·외야수·1루수 소화가능한 멀티맨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는 비난이 아닌 논리적 비판을 가해도 거센 원성이 쏟아진다.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중 그처럼 결집력 강한 다수의 팬을 거느린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안티’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미국 USA투데이까지 ‘미친 작전’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일반론 또는 상식을 파괴하는 승부에 있다. 1984년부터 프로야구 감독을 했고 다양한 팀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파격은 더 관심을 끈다.

한화의 교체 외국인타자 제이크 폭스(33·사진). 곁에서 보면 프로필상의 키 184cm보다는 4cm 정도는 작아 보인다. 체중은 100kg보다 더 나가는 듯 보인다. 외모만 보면, 빠르고 견고한 수비를 중시하는 김 감독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폭스만의 매우 특별한 능력과 인성을 살펴보면 ‘김성근 야구’의 안성맞춤 자원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감독은 SK 시절인 2011년 노장 최동수를 10년 만에 포수로 기용하더니 선발로까지 내보냈다. 최정을 마운드에 올린 적도 있고, 김광현이 배트를 잡고 타석에 서기도 했다. 왼손잡이 박정권이 2루를 지킨 적도 있다. 목표는 단 하나, 승리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식과 어긋나는 선택이 많았다.

폭스는 미국에서 전형적으로 타격에는 자질이 있지만, 필드 포지션에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유형이다. 포수로 데뷔했지만 뒤떨어지는 수비가 아쉬웠고, 타격을 살리기 위해 1루로 옮겼지만 ‘거포의 땅’에서 그만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폭스는 포기하지 않고 3루와 외야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도전을 계속했다. 독립리그와 마이너리그, 윈터리그를 더해 2013년 한 해 176경기를 뛴 집념의 사나이기도 하다.

포수, 1루수, 3루수, 외야수 모두를 최고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은 김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비상처방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한 해 176경기를 뛴 근성은 정신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김 감독의 철학과 통한다.

폭스는 20일 1군에 합류하자마자 인천 원정숙소 김 감독의 호텔방부터 찾았다.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내면에 한 명도 아닌 2명의 다른 자아가 있어 수시로 스스로에게 인사하기 바빴던 나이저 모건과는 여러모로 정반대다.

폭스는 21일 문학 SK전에 5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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