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동하 “죽을 때까지 내 색이 뭔지 모르고 살면 좋겠다”

입력 2016-06-19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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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하, 사진|에버모어뮤직

어떤 일을 할 때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정동하는 명백하게 전자다.

정동하 스스로도 "삶의 목표 같은 걸 물어보지 않나. 그 목표가 산이라면, 난 정상의 직전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과정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상을 위해)스트레스 받고 그러기보다 하나하나 이끼가 쌓이듯이 꾸준히 가려한다. 안되면 될 때까지 노력하는 타입이라기 보다, 한 번 해볼까 하면서 서서히 즐기는 식이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심지어 정동하는 "사람들이 정점에 오르려고 하니까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정을 즐기고 행복을 찾기보다는 엔딩을 꼭 보려고 한다. 나는 그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그 과정의 행복을 느끼다 죽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결과를 외면하거나 고의적으로 뭔가를 달성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어떤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이를 즐기겠다는 의미다.

정동하는 "정점에 오르는 것만이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뭔가를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앨범을 발표하는 것도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정동하라는 가수는 어떻다라고)결론은 내지 않는다. 가고는 있다. 근데 거기까지는 가지 않는다. 말그대로 과정이다. 딱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정동하의 두 번째 EP 'DREAM'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동하의 가치관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DREAM'이 딱 정동하의 노래처럼 들리기도, 전혀 다른 사람의 앨범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동하, 사진|에버모어뮤직


'DREAM'에 대해 정동하는 "'Begin' 앨범도 장르는 다양했다.그 때는 안해봤던 노래를 많이 시도했다. 이번 앨범은 좀 더 나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작곡도 많이 싣고 그랬다"라며 "난 죽기 직전까지 음악으로서도 그렇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자아를 못 찾았으면 좋겠다. 내가 뭔가를 찾아내면 그게 나를 가두는 틀이 될 거 같다. 스스로 놀라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고 싶다. 그게 계속 설레면서 사는 방법 같다"라고 설명했다.

즉 'DREAM'은 '가수 정동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앨범이지만 이것이 '가수 정동하'를 정의하는 앨범은 아닌 셈이다. 다시말해 'DREAM'에는 정동하다운 모습도, 정동하의 새로운 모습도 모두 담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정동하는 "현재 나의 감성을 사진을 찍듯이 담았다. 현재의 나, 지금의 나를 담았다. 그냥 최대한 많은 분들이 들어봐줬으면 좋겠다. 좀 더 진솔함을 담으려고 했고, 그 진솔함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예전에 '불후의 명곡'에서 '정동하라는 사람의 자아를 찾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그때 '나는 부활의 보컬인데 정동하는 뭐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이것저것 다 하고 있더라. 찾다보니까 찾기 싫어졌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찾아내는)그 설렘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정동하가 말한 '이것저것'은 꼭 가수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실제 정동하는 뮤지컬 배우이자 라디오DJ, 카레이서 등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정동하는 "원래 뮤지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완규 형에게 놀러 갔다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비디오를 봤다. 그때 브루노 펠티에의 그랭구와르를 보고 '발성이 진짜 좋다.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자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다"라며 "나는 뮤지컬 연기를 제대로 배운적이 없었지만 연기적인 부분이나 호흡을 하면서 '나도 이런 걸 할 수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눈물을 흘릴 때 이런 감정이 있구나 느꼈고, 또 레이싱에 도전해 보니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네?'하는 식이다. '나는 어떻다'라고 한정짓고 싶지 않다"라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계기를 밝혔다.

정동하, 사진|에버모어뮤직


그리고 이런 다양함에 대한 갈망은 각각에 대해 시너지 효과를 준다. 일례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경험 역시 이번 'DREAM'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정동하는 "뮤지컬 하면서 크게 얻은 것 하나가 전달력이다. 뮤지컬 같은 경우는 대사를 멜로디에 실어서 전달한다. 감정의 언어의 소리의 전달이다. (뮤지컬 이전에는) 이런 전달을 몰랐다. 그냥 하나의 악기로써 소리가 잘 나는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뮤지컬을 하면서 내가 노래를 하고 있는데 무슨 노래를 하고 있는 지를 생각하게 됐다"라며 "전달이라는 걸 생각하면 레코딩에도 영향을 준다. 초창기에는 그냥 좋은 사진을 모아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뮤지컬을 하면서 감성의 흐름을 생각하게 됐다. 흐름이 끊기지 않고 동화가 되는 그게 최고의 상태라고 본다"라고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험이 가수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사실 여기서 의문이 생기긴 한다. 정동하 본인은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일을 할 때 더 즐거움을 느끼는가 하는점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정동하는 "가수는 쉽게 생각하면 그냥 악기가 올라와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는 정말 쉽고 단순하게 표현을 한 거다. 무대 장악력이 생기면 그런 재미가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상대와 호흡을 해야한다. 뮤지컬을 많이 한 사람은 이미 무대의 흐름을 알고 있고 그걸 표현을 하려고 할 거다. 그러다보니 쾌감의 포인트가 다르다. 뮤지컬은 다른 배우와 스탭들 등등이 기계라고 치면 내가 그 부속품으로 들어가서 맞아떨어졌을 때 쾌감이 있다. 그런 부분이 콘서트와 차이가 있다"라고 우문현답을 내렸다.

어찌됐든 정동하는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또 그런 시도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 지는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그저 하루하루의 즐거움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건 최선을 다 했다는 거다. 그것은 만족한다"

정동하, 사진|에버모어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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