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터널’, 설렁탕에 소주 한 잔 생각나는 영화”

입력 2016-08-22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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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터널에 갇혔다가 나온다면 설렁탕이 가장 먹고 싶을 것 같아요. 터널에서 얼마나 추웠을까요. 사실 ‘설렁탕에 소주 한 잔 합시다’라는 대사를 했었는데 그 부분이 영화에서는 편집됐더라고요.” (웃음)

하정우 주연의 영화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드라마. 하정우는 평범한 자동차 딜러 이정수 역을 맡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를 찍으면서 ‘평소 차에 생수를 많이 사놔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요즘 사회에서 이상한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잖아요. 아무래도 재난 영화다 보니 사건사고에 대한 작은 경각심이 생겼어요. 길을 다니거나 운전할 때도 조심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극중 터널에 갇힌 이정수를 연기하는 하정우는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다. 살아남기 어려운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가족과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수가 세일즈맨이다 보니 나보다는 상대를 늘 생각하는 태도를 지닌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인생 목표가 ‘인생 3막’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아무리 현실이 아닌 영화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저도 사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거든요. 그래서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영화 속 대부분의 분량은 터널 속에 갇혀 있는 하정우의 모습을 그린다. 세트장 역시 실제 터널과 흡사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35일 간 생존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정우는 갖은 애를 썼다.

“육체적, 정신적 힘든 건 어느 촬영장이든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터널에 35일간 있으니까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분장실에 러닝머신도 갖다놓고 다이어트도 했죠. 처음부터 계획 세우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어요. 앵글도 타이트했고 어두운 동굴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조명도 여의치 않았죠. 그러한 부분들을 카메라에 모두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상대역 없이 혼자 연기를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하정우는 재난영화 ‘캐스트어웨이’, ‘127시간’ 등을 보며 시나리오와 작품에 임하는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나 앞서 참여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홀로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일단 ‘더 테러 라이브’ 때 혼자 찍어본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번에는 오히려 사물들을 통해 충분히 리액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촬영을 시작했죠. 의식의 흐름대로 즉흥적으로 주변 사물을 감지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실제 감독님이 그렇게 주문하기도 했고요. 그나마 휴대폰으로 들리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많이 의지했어요.”

그렇다보니 영화 대사의 상당부분은 하정우의 애드리브로 채워졌다.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하정우만의 애드리브가 적절히 녹아들었고 이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제공했다.

“지난 영화 ‘아가씨’는 한 편의 연극 같았어요. 정해진 틀에서만 움직여야 해서 배우로서는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죠. 반면 ‘터널’은 연기의 자유도가 높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상의 대사와 대사 사이의 빈 공간들을 제가 애드리브로 채우려고 했죠. 일단 애드리브를 뱉고 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어차피 편집은 감독님 몫이니까요.”


이같은 하정우의 연기와 김성훈 감독의 연출은 성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터널’은 지난 주말동안 약 89만 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누적 관객수 500만을 넘어섰다. 개봉 이후 단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지 않은 채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흥행 배우이기 이전에 감독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는 하정우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감독 활동은 계속 구상 중에 있어요. 일단 트리트먼트를 아직 완성 못 해서 시나리오 작업도 아직 안 했어요. 전체적인 구조와 이야기가 딱 정해지면 시나리오 작가에게 맡겨서 진행할 예정이죠. 시나리오가 탄탄할수록 좋으니까 시나리오 작업에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요. 마음 같아서는 한 2년 후에는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현재 영화 ‘신과 함께’ 촬영을 진행 중인 하정우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하정우는 평소 자신이 나온 기사를 틈틈이 챙겨본다. 지금까지 출연한 자신의 모든 관련 기사를 스크랩할 정도다. 그만큼 자신을 향한 관심과 평가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배우가 바로 하정우다.

“작품마다 다 스크랩해요. 파일에 다 넣어서 갖고 있어요. 제가 출연한 영화의 리뷰는 개인의 취향이니까 오픈마인드로 보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감독한 영화 리뷰는 가슴 떨리게 봐요.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늘 좋지만 의도를 잘 못 알아주시면 섭섭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그러한 반응들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경우도 있으니 다 감사하죠.”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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