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에게 뛰어난 기록은 곧 큰 자부심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개막 초 아슬아슬하게 팀의 마지막 제5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갑작스러운 등판날짜 변경도 감수해야 했지만 빼어난 투구를 이어가며 팀 내 위상도 밝은 미소처럼 달라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2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내셔널리그(NL) 투수 52명 가운데 1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 중인 투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조니 쿠에토(0.35·샌프란시스코)와 얄린 가르시아(1.00·마이애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1.42·세인트루이스), 맥스 슈어저(1.62·워싱턴), 제이크 아리에타(1.82·필라델피아), 패트릭 코빈(1.89·애리조나) 등 7명이 전부다. 나머지 6명 가운데 두 차례 구원등판에 나섰던 가르시아를 제외한 5명은 리그 정상급 선발 자원이다.
자연스럽게 류현진이 에이스의 상징인 15승과 2점대 방어율로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승수를 쌓는 속도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빠르다.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첫해인 2013시즌 6경기, 2014시즌 5경기 만에 3승째를 따낸 바 있다. 4경기를 소화한 시점의 방어율은 2013시즌 4.01, 2014시즌 2.57이었고, 두 시즌 연속 14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초반의 흐름은 역대 최고라고 봐도 이상할 게 없다.
패턴 변화에 성공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한창 위력을 떨친 2013~2014시즌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을 주로 활용했다. 이때는 어깨수술을 받기 전으로, 직구 최고구속이 약 154.5㎞(95마일)까지 나올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2014년 5월 22일 뉴욕 메츠 원정에선 직구 평균구속이 약 147㎞(91.5마일)까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직구와 같은 팔 스윙으로 타이밍을 뺏는 서클체인지업만 효과적으로 활용해도 충분히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어깨수술 후 직구의 구속이 하락했다. 4년 전 평균구속과 현재 최고구속의 차이가 적지 않다. 직구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류현진으로선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끊임없이 고민하며 생존법을 연구했고, ‘팔색조’라는 정답을 찾았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커터), 커브, 투심 등 구종의 완성도를 높였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커브 회전수를 늘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류현진은 KBO리그(한화) 시절 세 차례 15승·2점대 방어율을 동시 달성했다. 데뷔 첫해인 2006시즌 18승(6패), 방어율 2.23, 2007시즌 17승(7패), 방어율 2.94를 기록했고, 2010시즌 16승(4패), 방어율 1.82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2013시즌 3.00, 2014시즌 3.38의 방어율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2018시즌 15승과 2점대 방어율 달성에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라 그 의미가 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