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배구가 잔인한 경기인 이유

입력 2018-11-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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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선수들이 1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3-2로 승리하며 한국전력을 10연패에 빠뜨렸다. 사진제공|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는 가로X세로 각각 9m의 정사각형 코트에 6명의 선수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경기를 한다. 규정상 온 몸을 이용해도 되지만 가장 정교한 손을 주로 사용한다. 상대방이 잘하는 플레이를 훼방 놓을 수 있는 신체접촉은 없다. 기껏 해봐야 블로킹과 서브가 방해의 전부다. 그래서 승패의 변수가 다른 종목보다 적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전력차를 시즌에 들어가면 다른 어떤 변수로 메우기도 어렵다. 그래서 배구는 강팀의 연승기록과 약팀의 연패기록이 오래 지속되고 약팀에게는 해법이 없는 아주 잔인한 경기다.

● 삼성화재의 즐거운 배구 vs 한국전력의 새로운 환경 적응

1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18~2019 V리그 2라운드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를 앞두고 두 팀 사령탑이 언급한 키워드는 달랐다.

13일 현대캐피탈과의 V리그 클래식에서 대역전승을 거둔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그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다. 배구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소득이다”고 했다. “그 ‘이렇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즐겁게’다.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코트에 있는 6명 가운데 어느 누구도 놀아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삼성화재는 KOVO컵 MVP 송희채의 부진이 고민스럽다. 신진식 감독은 “서브가 터지지 않자 공격과 리시브도 흔들린다. (희채가) 공격을 신나게 못하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타로 고준용을 기용해 쏠쏠히 재미를 본 신 감독은 “백업이 완성됐다”고 했다.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왼쪽)-한국전력 김철수 감독. 사진|삼성화재 블루팡스·스포츠동아DB


시즌개막 이후 9연패의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은 수비를 먼저 말했다. “수비 이후 반격 성공률이 20~3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높이려고 훈련은 했지만 실전에는 어떨지 모른다”고 했다. 결국 상대 수비수의 예측이 가능한 큰 공격을 성공시켜줄 누군가의 힘이 필요한 상황.

이 역할을 해줄 대체 외국인선수 아텀의 상황을 묻자 “몸 상태는 좋은데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다. 우리 훈련장이 좁아서인지 큰 경기장에서는 적응을 하지 못한다. 연습 때는 센터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를 꽂는데 실전에는 긴장한다”며 “V리그처럼 관중이 많은 곳에서 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팬들이 자기 이름을 연호하면 자신만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성격이다”고 했다.

이와 함께 노재욱의 낮고 빠른 연결에 익숙해졌던 한국전력 선수들에게 높이와 스피드에서 차이가 나는 새 주전세터 이호건과의 호흡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였다. 스파이크는 공격수와 세터가 반복훈련을 통해 맞춰온 정교한 몸의 기억이기 때문에 더 많은 훈련과 시간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야 했다.

● 운명의 5세트까지 갔던 두 팀의 대결 결과는

1세트 시작하자마자 삼성화재가 앞서나갔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타이스~박철우 날개공격이 높이를 앞세워 각각 5득점했다. 한국전력은 차츰 세터 이호건과의 호흡이 맞아가는 최홍석이 4득점(33.33% 공격성공률)으로 반격했지만 화력의 차이가 컸다. 13-22에서 첫 공격득점이 나왔을 정도로 아텀(20% 공격성공률)은 부진했다. 삼성화재는 6개의 블로킹으로 한국전력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2세트 한국전력 응원단에서 함성이 터졌다. 삼성화재의 추격을 뿌리치고 세트를 따냈다. 17-16에서 서재덕의 서브타임에 3연속득점으로 달아난 것이 결정타였다. 삼성화재는 추격순간에 나온 4개 등 7개의 범실이 아팠다. 서재덕은 90%의 리시브효율로 서브폭탄을 잘 견뎌내면서 5득점으로 공헌했다. 아텀도 4득점(100% 공격성공률)으로 제 역할을 했다. 한국전력의 팀 공격성공률은 1세트 31%에서 2세트 45%로 상승했다.

삼성화재 타이스. 사진제공|삼성화재 블루팡스


3세트 한국전력 선수들의 플레이가 끈끈해졌다. 서재덕 최홍석이 클러치 공격으로 활로를 뚫었다. 삼성화재는 타이스에게 공격이 집중됐다. 80% 언저리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2점차 이내에서 20점대까지 힘겨루기가 이어졌지만 세트의 승패를 가른 것은 범실이었다. 한국전력은 3개의 서브미스로 중요한 기회를 차버렸다. 무려 14공격득점의 타이스가 세트의 주인공이었다.

4세트 삼성화재는 2개의 더블컨택트 범실 때문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17-18에서 아텀과 교체된 신으뜸은 23-23에서 퀵오픈으로 먼저 세트포인트를 만들었다. 8득점의 서재덕이 백어택으로 25-24로 앞서자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까지 몰고 갔다. 신으뜸의 득점은 2점이 전부였지만 그 가치는 20점 이상이었다.

5세트 8-6에서 이호건의 기습적인 서브공격으로 에이스를 만들며 한국전력이 3점차까지 달아났다. 갈 길이 바쁜 삼성화재는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13-13에서 타이스의 공격을 연속 3차례 슈퍼디그로 잘 막아냈지만 최홍석의 공격이 엔드라인을 벗어났다. 타이스는 조근호의 속공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트스코어 3-2(25-16 22-25 25-22 24-26 15-13)로 승리한 삼성화재는 6승째(4패)를 승점15를 기록했다. 3연승을 이끈 타이스는 46득점(64.28% 공격성공률)으로 에이스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개막 10연패를 당한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은 “마지막 속공은 지시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해줬는데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다음 경기까지 아텀을 제외하고 김인혁이 그 자리에 들어가는 포지션 변화를 생각중이다. 우리의 공격력을 높일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수원|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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