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신문팔이 소년들 거대 권력에 맞서다

입력 2016-04-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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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뉴시즈는 1899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났던 뉴스보이들의 실제 파업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신문왕’ 퓰리처에 맞서는 10대 신문팔이 소년들의 용기있는 투쟁 이야기를 멋진 음악과 춤으로 뮤지컬화했다. 잭 켈리(온주완·가운데)가 뉴시즈들에게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 뮤지컬 ‘뉴시즈’

보는 내내 주먹에 꼬옥 힘이 들어갔다. 새벽, 신문 배급소 앞에 난민처럼 새까맣게 몰려든 신문팔이 소년(뉴시즈)들이 철창 너머에 걸린 커다란 칠판을 노려보고 있다. 이윽고 한 사내가 등장해 칠판에 큰 글씨로 그날 신문의 헤드라인을 써내려 간다. 뉴시즈들의 입에서 탄성이, 혹은 욕설이 튀어 나온다. 이들의 하루 벌이가 헤드라인 한 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50부 주세요”, “전 20부요”. 소년들이 배급소에서 산 신문을 가방에 쑤셔 넣고는 바람처럼 달려 나간다. 그리고 거리를 향해 목이 터져라 헤드라인을 외쳐댄다. “전차 파업이 3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온주완 첫 뮤지컬이라고 안믿겨
저마다의 사연으로 뭉친 앙상블
신문팔이 소년들 모두가 주인공

신문이 곧 권력이던 시절. 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건은 세상에서 지워지던 시절. 사람들이 신문을 사랑하고 신뢰하던 시절. 뮤지컬 ‘뉴시즈(Newsies)’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7월 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아이다, 라이언킹, 알라딘을 만든 디즈니의 작품이다. 뮤지컬보다 영화(1992)가 먼저 만들어졌다. 디즈니가 제작한 뮤지컬 영화 중 무대버전으로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가장 많았던 영화였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 잭 켈리를 연기했다.

결국 2011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져 201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원래 짧게 공연하고 말 계획이었지만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1000회가 넘게 막을 올려야 했다. 2012년 토니어워즈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안무상, 음악상을 받았다. 전 세계 기자들의 로망인 퓰리처상을 만든 조셉 퓰리처가 이 작품에서는 뉴 월드 신문사의 사주이면서 신문팔이 소년들을 박해하는 악당으로 나온다.

19세기 말의 미국 뉴욕. 신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소년들은 하루하루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신문 판매부수가 줄어들자 퓰리처 사장은 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신문가격은 올리지 않는 대신 신문팔이 소년들이 팔기 위해 떼어 가는 신문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결국 동네 뉴시즈의 리더인 잭 켈리가 총대를 메고 파업을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문화부에서 사회부로 발령이 난 여기자 캐서린 플러머가 뉴시즈들의 파업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퓰리처는 경찰을 동원해 강력한 탄압에 나선다.


● 뮤지컬 첫 무대 온주완 ‘합격점’·뉴시즈 전원이 주연배우

잭 켈리를 맡은 온주완은 이번이 첫 뮤지컬 무대이다. TV와 영화로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이다.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시간이탈자’를 보았다. 지금까지 왜 뮤지컬 작품을 하지 않았는지 섭섭할 정도로 좋은 노래와 연기를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왜 잭 켈리가 뉴시즈들의 리더가 될 수 있었는지를 단숨에 알게 해주는 연기와 비주얼이랄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대에 서 주었으면 좋겠다.

캐서린 플러머 역의 최수진은 당돌하고 청순하면서도 귀여움을 동시에 갖춘 배우다. 용기있고 소신있는 기자 역할을 잘 해냈다. 퓰리처 역의 황만익은 능글능글한 악역에 딱이다.

이 작품은 주연과 조연이 있지만 실은 진짜 주연이 따로 있는 뮤지컬이다. 잭 켈리를 따라 파업에 나서는 신문팔이 소년들 모두가 주연이다. 합창과 군무를 주로 담당하는 앙상블을 넘어 이 작품의 확실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각기 개성과 사연이 다른 한 명 한 명의 기량이 출중하다.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모아 놨는지 경탄하고 말았다. 이들이 들려주는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와 군무는 내내 귀와 머릿속에 남는다.

오늘, 지금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카르페 디엠’과 비슷한 표현이다. 뉴시즈들은 정말 지금 이 순간이 자신들의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뛰고 구르고 노래한다. 이 멋진 작품의 관람을 내일로 미루고 싶지 않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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