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그렇게 가을의 전설이 시작됐다. 김광현은 이후 줄곧 가을의 SK 마운드를 지켰다. 부상으로 흔들렸을 때도 ‘에이스’의 상징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2년 플레이오프(PO)를 앞둔 이만수 당시 감독이 “SK 하면 김광현, 김광현 하면 SK”라고 밝혔던 건 그의 존재감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김광현은 2007년 KS 4차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PS)에만 15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KS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것도 그였다. SK의 우승 순간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4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PO. 김광현은 5이닝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의 기를 꺾었다. 정규시즌 31경기에서 17승6패, ERA 2.51을 기록했던 위력 그대로였다. 타선의 침묵으로 팀은 패했고 본인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만큼은 충분히 해냈다. 매 이닝 전력으로 던졌기 때문에 발가락이 까지는 부상을 입었을 정도다.
이날 PO 1차전이 김광현의 PS 16번째 선발등판이었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정민태(은퇴·18경기)로 김광현이 두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현역 가운데는 최다다. 배영수(두산 베어스·14경기), 유희관(두산·12경기)이 있지만 제법 차이가 난다. PO로 범위를 좁히면 7경기 선발등판으로 김상엽, 김진웅(이상 은퇴)과 함께 통산 최다 1위에 오르게 됐다.
물론 선발로 나선 모든 경기에서 호투한 건 아니다. 14일 경기에서 PO 통산 최다 탈삼진(43개) 기록을 세운 동시에 최다 피안타(39개) 불명예도 썼다. 그러나 이 자체가 김광현이 PO 무대에서 꾸준히 버텼기에 가능한 훈장이다. PS 통산 19경기에서 4승3패, ERA 3.26을 기록했다는 것에서 그가 가진 ‘가을 타짜 본능’을 엿볼 수 있다.
이제 한국나이로 32세. 여전히 전성기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김광현이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많은 PS 등판 기회가 주어질지 가늠조차 어렵다. 해외 진출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가 써나갈 가을의 전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