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2019~2020시즌 V리그 프리뷰⑤ OK저축은행

입력 2019-10-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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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석진욱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강팀의 면모를 되찾아야 한다. 석 감독은 기본기를 강조하며 많은 훈련으로 새 시즌에 대비했다. OK저축은행은 창단 3번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OK저축은행 배구단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뒤 큰 변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김세진 창단감독이 계약임기 1년을 남겨두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성적부진이 이유였다. 창단 2시즌 만에 슈퍼스타 시몬을 앞세워 2시즌 연속 우승하는 신화도 만들었지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계속 추락했다. 구단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시즌 뒤 새 감독을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현역 국가대표 감독을 접촉한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힘든 시기였다. 리더의 공백상태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해온 석진욱 수석코치가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는 김세진 감독과 함께 창단 팀 OK저축은행을 조용히 꾸려온 살림꾼이었다. 고지식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성실했다. 김세진 감독이 화려했다면 석진욱 수석코치는 소박했다. 멋진 공격은 밑에서 받쳐주는 수비와 리시브가 있었기에 더 빛났다. 그래서 두 사람은 최고의 궁합이었지만 영원할 수는 없었다.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 사진제공|OK저축은행 배구단


우여곡절 끝에 OK저축은행은 석진욱 수석코치를 제2대 감독으로 승진시켰다. 외부인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기업문화와 선수들을 잘 알고 있기에 팀의 문제를 해결해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신임 감독은 조용히 자신의 색깔을 팀에 입혀가며 시즌을 준비해왔다. 현역시절 플레이스타일이 지도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선수들과 함께 준비했다.

물론 새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았다. 감독은 기본기와 모두의 배구를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기본기는 단순히 리시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공이 왔을 때 한 번에 해결하려다가 아웃되거나 네트에 걸리는 공격을 하기보다는 리바운드 플레이를 해서 모두가 참여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실속 있는 배구를 새로운 팀 컬러로 삼았다. “서브에이스도 많지만 범실도 많은 화려한 배구보다는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서브를 넣고 코트 안에서 6명 모두가 놀지 않고 움직이는 배구를 하자”고 강조했다.

OK저축은행 레오. 사진제공|OK저축은행 배구단


● 실속 있는 배구와 레오의 선택

감독의 배구관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였다. 전체 2순위를 잡자 레오를 선택했다. 앞 순번에 이름값이 높은 산체스가 있었지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팀 문화를 해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기량과 이름값 보다는 성실성과 동료들과의 융화력, 인성을 먼저 생각했다. 사실 감독의 이런 생각은 선수들과는 달랐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이기고 싶은 욕심에 인성보다는 기량을 먼저 말했다. 감독은 반대였다.

트라이아웃에서 OK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몇몇 구단에서도 눈독을 들였던 숨겨진 진주가 레오였다. 서브는 정확했고 공격능력도 어느 정도는 갖췄다고 봤다. 그 판단은 옳았다. 순천 KOVO컵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처음 팀에 왔을 때 한 달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훈련해보자고 했다. 한 달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한 번도 훈련을 빠지지 않고 따라왔다. 많은 훈련을 시켜도 짜증내지 않았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몸이 올라왔다. 동료들에게 좋은 효과를 주는 선수”라고 감독은 말했다.

동료들은 대부분 “착하다. 인성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터키 중국 등에서 활약했던 레오는 한국에서의 안전한 생활을 좋아한다. 쉬는 날에도 특별히 걱정할 일을 하지 않는 모범생이다. 25세로 젊다. 아직은 힘이 넘치고 발전가능성도 크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로 윙 공격수 요스바니를 선택했던 팀은 레오가 오면서 많은 변화가 필요해졌다. 조재성의 새로운 역할조정이 필요했다. 또 상대적으로 약해진 윙공격수 라인을 어떻게 강화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OK저축은행 송명근(왼쪽)-조재성. 사진제공|OK저축은행 배구단


● 송명근의 자각과 조재성의 새로운 도전

창단멤버 송명근은 지난 2시즌 동안 부진했다. 시몬과 함께 좋은 기억을 만들고 화려한 성적을 쌓았지만 이후 부상으로 고전했다. 모든 공격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팀으로서는 그의 부활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다행히 이번 시즌 회복의 기미는 보인다. 순천 KOVO컵에서 예전의 기량과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아직도 한창때의 한 박자 빠른 스윙과 점프능력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몸보다는 생각의 변화가 컸다.

“훈련을 많이 시켰다.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따로 불러서 리시브 훈련을 많이 시키는 등 코치들이 공을 많이 들였다. 이제는 스스로 할 줄 안다. 치료와 보강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고 마음을 먹으면서 효과가 크다”고 감독은 칭찬했다.

지난 시즌 주공격수로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조재성은 리시브를 가담하는 윙 공격수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느라 아직 많은 훈련은 못했지만 팀의 전력을 극대화할 방법이라고 감독은 판단했다. 다행히 고교시절까지 리시브를 해본 경험은 있다. 석진욱 감독은 “원포인트 서버로만 쓰기에는 서브능력이 너무 아까워서 포지션변경을 시도 중이다. 남은 기간 동안 많은 훈련을 해서 가능하다면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플랜B로 리시브 능력이 좋은 이시몬과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김웅비를 준비시키고 있다. 이시몬은 석진욱 감독의 현역시절처럼 빛나지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심경섭도 경쟁후보다. 최근 몸 상태는 좋지 못하다. 감독은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말한 것을 그대로 지켜야 선수들이 따르고 경쟁심이 생겨서 잘할 것”이라고 했다. 윙 공격수의 넓은 활용 폭과 수비의 안정감이 팀의 정상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 선수들은 코트에서 놀지 않는다

FA시장에 뛰어들었다. 빈손으로 나왔다. 비시즌 동안 몇 번의 트레이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선수이동이 없는 팀이 됐다. 리베로로 오랫동안 헌신해온 이강주는 지도자가 됐다. 부용찬은 군에 입대해 리베로에 구멍이 생겼다. 조국기의 책임이 더 커졌다. 다행히 12월에는 정성현이 복귀한다.

지난 시즌 팀의 또 다른 약점이었던 중앙은 탄탄해졌다. 전진선이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왔다. 박원빈과 함께 주전 후보다. MB자원이 6명으로 넘친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팀의 배구를 컨트롤할 세터는 이민규와 곽명우다. 이민규는 수술 뒤 재활을 거쳐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군에서 전역해 FA 선수로 팀에 잔류한 곽명우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간이 많았다. 2명의 주전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석진욱 감독은 “좋은 세터가 2명 있어서 경기를 운영하기가 좋다. 어택커버처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노는 선수는 누구라도 코트에서 나와야 한다. KOVO컵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 보이고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점이 나와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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