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에 한발 불발" 북한군 비웃던 우리군… 해군주력 왜 진해로갔나

입력 2010-04-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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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열린 46용사 합동영결식이 끝난 후 대형 태극기를 앞세운 해군 장병들이 영현을 운구해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 평택=청와대사진기자단 ☞ 사진 더 보기


《“두 발에 한 발꼴로 불발탄이 나왔다.”

몇 년 전 군 당국의 통신감청에 포착됐다는 북한군 모 부대의 포 사격 훈련 결과 보고 내용이다. 북한군의 무기 노후화를 드러내는 이 보고를 받은 뒤 육군 지휘부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일화는 일선 지휘관들에게도 회자됐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 군사력을 낮춰보는 인식이 군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은 연료부족 때문에 전투기를 못 날려 우리 레이더에 잡히는 게 거의 없다”거나 “군용트럭도 못 움직이면서 전차를 어떻게 훈련시키겠느냐”는 얘기가 군의 일상 대화 속에 들어왔다.

동아일보가 24∼28일 인터뷰한 예비역 장성과 민간 전문가, 현역 장교들은 천안함 침몰에 대해 한결같이 “가해자가 누구냐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 군의 준비태세가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군 지휘부의 매너리즘, 해군의 대비태세 부족, 군은 물론 사회 전반의 안보의식 약화 등 한국 내부의 문제가 근원적인 침몰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軍은
“北, 연료없어 훈련도 못해”
지휘부 일각 매너리즘 심각
“행정 잘해야 출세” 분위기도

정치-사회는
盧정권 “북핵개발 일리있어”
결국 2005년 주적조항 삭제
가장 위협적 국가 美 꼽기도



○ 예비역들의 뼈아픈 반성


예비역 장성들은 한국군의 기본적 전투역량은 의심하지 않았다. 이들은 “몇 차례 서해 해전에서 나타난 것처럼 젊은 장교와 병사들은 교전수칙대로 잘 싸웠다”고 말했다. 한 민간 전문가는 “내가 만난 지휘관들의 대북 경계의식이 매우 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히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이 많이 약해진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군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한 뒤 “현역 시절 잠수함 공격에 대비해 왔지만 이번처럼 서해에서 벌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책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해는 수심이 얕아 잠수함 작전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해군도 잠수함 방어역량의 90%를 동해에 집중했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도 “장관 때 이런 식의 수중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육군과 공군은 이런 예상 밖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을까. 북한군은 핵과 생화학무기는 물론 18만여 명에 달하는 특수전 병력이 있다. 군 당국은 특수전 병력의 후방 침투 게릴라전 등 비대칭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배한 이후 ‘강력 보복’을 다짐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공격이 서해에서만 벌어지라는 법은 없다.


○ 해군력이 진해에 집중된 이유

요즘 군에서는 ‘인간 중심의 리더십’ ‘배려의 리더십’이라는 말이 지휘관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편안한 군대’를 바라는 장병들의 요구 역시 군인정신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한 것만 찾는 군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사례로 해군의 소해함(기뢰탐지·제거함) 9척이 모두 경남 진해에 집중 배치된 것이 거론된다. 소해함은 이번 천안함 침몰 후 29시간이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해 촌각이 달린 장병들의 구조에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 예비역 해군장성은 “한때 9척 가운데 4척을 동·서해로 전진 배치했지만 해군 내부에서 ‘자녀 교육과 가족들 요청에 따라 진해에 근무해야 한다’는 욕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4척은 2008년 진해로 복귀했다. 해군 내에서는 “장병들이 진해에서 먼 작전부대에 배속돼 전투훈련을 받는 것보다 진해에서 군수나 행정, 교육을 맡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문제”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처럼 군내의 긴장감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군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김장수 전 장관은 “장관 시절에 ‘행정을 잘 해야 잘된다(출세한다)’는 사고와 싸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군내에서는 힘들고 빛나지 않은 ‘기본기에 충실한 군인’이 아쉽다는 얘기가 많다.

천안함 장병들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수시로 휴대전화로 친지와 통화한 사실에 대해서도 예비역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 참모총장 출신 인사는 “NLL 인근은 육지라면 휴전선 인근 GP(전방초소)에 해당한다. 어떻게 당장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곳에서 휴대전화를 쓰느냐”고 말했다.


○ 안보의식 약화…과거 10년의 계속

예비역들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 전반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 최상층부에서 “북한 미사일은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라거나 “북한의 핵개발도 일리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급기야 2005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주적(主敵)’ 조항이 삭제됐다.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미국(39%)이 북한(33%)을 앞선 것도 이즈음이다. 국방부 간부들 사이에선 “군이 언제부터 ‘쏠까요, 말까요’ 물어가며 싸웠느냐”는 자탄도 나왔다.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은 “시민정신은 군인정신의 바탕”이라며 “지난 10년간의 안보의식 약화는 군의 정신전력 약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당시 청와대의 시그널이 군 지휘부를 통해 위관·영관급 장교까지 전파됐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사기저하보다 심각한건 두려움”

“희망을 주는 軍이 아니라 눈물로 기억되는 軍될라”

경기 평택시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장병들은 요즘 전우들을 잃은 슬픔과 함께 ‘두 동강 난 초계함’이 낳은 정신적 고통에 짓눌려 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28일 “2함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함대 지휘부부터 사병까지 천안함 침몰로 인한 패배감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단순한 사기 저하보다 심각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해군 간부는 “현재 2함대 내에서는 대화를 하더라도 웃지 못하고 퇴근해서도 외출을 하거나 저녁을 제대로 먹으러 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조용하다 못해 침울한 분위기 때문에 장병들이 힘들어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해군 작전사령부 고위 간부 출신의 예비역 장성은 “제2차 연평해전 때와 달리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했다는 열패감과 적의 공격에 언제든 침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로 군이 희망을 주는 군이 아니라 눈물로 기억되는 군이 돼버린 것은 매우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2함대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격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천안함 침몰 이후 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생존 장병들의 침착함과 용기를 부각시키고 격려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군사적 조치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사적 대응이야말로 군의 사기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인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은 “첫 전투에서 승리할 기회가 없었다면 패배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군의 사기가 올라간다. 평화는 구걸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습은 막기 힘들다. 그러나 ‘너희가 기습하면 다른 데서 당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군의 사기가 올라가고 기습에 대한 억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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