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경기장 내 전자기기 활용으로 본 KBL의 규정 미비

입력 2019-03-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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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전창진 기술고문. 스포츠동아DB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장 내 구단 관계자의 전자기기 활용에 관한 규정 미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주 KCC 전창진 기술고문이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6강 PO 1차전 도중 팀 벤치 바로 뒤 관중석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화면상으로는 전자기기를 어떤 용도로 활용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팀 관계자가 경기 도중 벤치와 가까운 곳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했다는 점만으로도 불편한 시각이 생겨났다. 경기 끝난 뒤 KBL 등 각종 농구 커뮤니티에는 이 장면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도 올라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와 관련된 KBL의 행보다. KBL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 기술고문이 실제로 경기 영상을 봤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자기기를 사용했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지만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낼 길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전자기기를 활용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의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KBL이 직접 나서 사태를 정리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없어 손을 놓고 지켜보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의 경기장 내 전자기기 활용을 제지할 어떠한 규정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자기기 반입과 관련된 규정을 2009년 12월에 더 강화했다.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또한 경기 중에 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위 장비를 사용하여 감독, 코치, 선수에게 그 경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라고 명문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벤치에 전자기기 반입을 허용했고, 헤드셋 착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력분석을 위한 용도다. 영상은 FIFA가 제공하는 영상을 기반으로 했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이처럼 규정이 다르다. 농구의 경우 작전타임을 통해 팀의 전략과 전술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기본적으로는 구단 관계자들의 경기장 내 전자기기 활용을 기본적으로 금지하는 게 맞다.

KBL의 규정 미비는 이뿐이 아니다. 벤치 구역 설정에 대한 규정도 애매모호하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을 보면 벤치 구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선수단이 착석하는 벤치 뒤쪽으로 2m 이내에는 누구도 위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KBL 규정에는 이 부분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KBL 10개 구단이 활용하는 홈구장의 구조상 벤치 뒤쪽으로 2m 정도의 여유 공간이 나오지 않는 몇몇 경기장이 있긴 하다. 국내 현실을 감안해 어느 정도는 명문화했어야 한다. 이 문구가 빠져서인지 경기 도중 벤치 뒤에 구단 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구단 관계자들이 작전타임에 벤치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보인다. 상대 팀에서 봤을 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KBL 규정에 여기저기 허점이 드러났다. 지금부터라도 규정을 더 꼼꼼하게 체크하고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구단들의 꼼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구단이 페어플레이를 펼치겠지만 규정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게 KBL의 역할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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