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그리고 교감…롯데가 허문회 감독을 선임한 이유

입력 2019-10-27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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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감독의 사임 이후 정확히 100일 만의 새 감독 선임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19대 사령탑으로 허문회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47)를 영입했다. 그는 원년팀 최초 10위 굴욕을 맛본 롯데의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까.

롯데는 27일 허문회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 총액 10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연봉 2억5000만 원)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공고~경성대를 거친 허 감독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를 앞두고 곧장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돼 2000년까지 뛰었다. 2001~2002년 잠시 롯데에서 활약하던 그는 2003년 LG로 돌아간 뒤 유니폼을 벗었다. 2007년 LG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허 감독은 상무 야구단, 키움의 타격코치를 거쳐 올해 수석코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당초 롯데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목표로 했다. 9월에는 이례적으로 제리 로이스터, 스콧 쿨바, 래리 서튼의 3인 후보를 공개했다. ‘프로세스’를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1순위로 생각했던 쿨바는 몸값에서 이견이 있었고, 여기에 내년 메이저리그(MLB) 요직을 제안 받아 협상이 꼬였다. 서튼은 성민규 단장과 면접에서 육성 철학에 높은 점수를 받아 2군 감독으로 데려왔다. 로이스터는 그리 심도 있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시선은 국내 감독으로 옮겨졌다. 타 팀의 수석코치를 지낸 인사부터 핵심파트 코치진까지 면접을 진행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허 감독이었다. 김종인 대표, 성민규 단장의 철학에 허 감독의 소통 능력, 데이터 기반 경기 운영 능력 등이 부합했다. 본사 재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야구계에서는 허 감독을 ‘준비된 지도자’로 평가한다. MLB의 이론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10년 전 초보 지도자 시절부터 적극적인 학습을 했다. 비야구인과 어떤 담론으로 이야기를 나눠도 막힘이 없다. 여기에 교감 능력도 출중하다는 평가다. 일정 매커니즘을 강요하는 대신, 선수가 먼저 자신을 찾아오도록 기다린다. 그리고 선수가 찾아왔을 때는 여러 해결책을 제시한 뒤 가장 맞는 방식을 함께 모색한다. 허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모 팀 타자는 “가령 A라는 타격 매커니즘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방법대로 했을 때 안 되면 B라는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론의 양이 풍부한 지도자”라고 그를 기억했다.

허 감독은 롯데 구단을 통해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야구의 도시, 롯데의 감독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롯데 감독에는 늘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준비된 지도자인 허 감독은 과연 자신의 역량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을까. 야구계의 시선은 다시 한 번 부산에 쏠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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