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시’

입력 2019-10-3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시’의 스틸컷. 사진제공|NEW

2010년 이창동 감독 ‘시’
詩와 다른 현실…‘역설의 아픔’ 담아내

이창동 감독은 영화 ‘밀양’으로 인간의 무참한 악행과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한 신과 인간의 용서와 구원 그리고 그 잣대가 무엇인지를 제목(비밀스러운 햇볕)과 달린 서늘한 정서로 물었다. 또 악행에 대한, 인간의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용서라는 것이 어떤 실체를 지녔는지도 질문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적 무참한 행위에 대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용서라는 것이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고 말한 듯했다.

감독은 그러고선 마침내 인간의 도덕적 선택과 양심적 운명에 신뢰를 보내는 길로 나아간 게 아닐까. 그의 2010년 연출작 ‘시’가 비인간적 무참한 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현실 위에 발 딛고 서려는 연약한 인간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영화 ‘시’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쓰고 싶은 60대 중반 양미자의 이야기다. 여전히 소녀의 감수성을 지닌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시에 관한 강좌를 들으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아름답기만 한가. 자신의 손자가 그 친구들과 함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그에게도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미자는 손자가 해친 어린 소녀의 아픔을 저버릴 수 없다. 기어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데, 그때서야 그의 시 속에서 세상은 또 달리 아름다움으로 비치려 한다. 다만 그 역설의 아픔은 이를 데 없으니, 관객의 가슴은 서늘해진다.

관객의 서늘해지는 가슴을 어루만지는 이는 배우 윤정희다. 양미자 역을 연기하며 오랜 만에 스크린에 나선 그는 이창동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 세계 안에서 여린 소녀와도 같이 아름다운 세상에 관해 묻는다. 덕분에 그는 2011년 미국 LA비평가협회로부터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창동 감독 역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영화를 선보여 각본상을 품에 안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