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대기업들 비상경영 돌입

입력 2022-07-26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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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CEO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제공|SK그룹·포스코·현대중공업그룹

재계에 불어닥친 ‘퍼펙트 스톰’ 공포

환율·금리·물가 ‘3고’ 대비 나서
포스코, 현금 중심 경영 한층 강화
현대重, 그룹 전체 역량 결집 논의
SK “투자 계획, 바뀔 가능성 있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공포가 재계를 덮치고 있다. 경제에서 퍼펙트 스톰은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발생해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40년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도미노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연이은 악재로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경제 충격 대비, 리스크 축소에 총력


포스코그룹은 21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주재로 그룹 내 사장단 및 전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경영회의를 열었다. 환율, 금리, 물가 등 3고 영향 본격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룹사 전체가 위기대응 긴급 대책을 수립하고,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금 즉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며, “각 그룹사 경영진들은 각 사별 주요 경영요소들을 면밀히 체크하고, 특히 현금 흐름 및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철강, 인프라, 에너지,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내 주요 사업별 리스크 요인과 대응방안 등이 중점 논의됐다.

포스코그룹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수요산업 부진, 재고자산 증가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축소, 원자재·에너지 및 금융·조달 비용상승,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에 대응해 적극적인 수익성 방어, 구매·생산·판매 등 각 부문의 구조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 해외법인 리스크 점검, 투자계획 조정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사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단 없이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하고, 위기일수록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룹의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고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4월 경영환경 위기를 경고하며 각 사별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사장단 회의를 열고,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타개책을 논의했다. 20일 권오갑 회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조선해양·에너지·건설기계·일렉트릭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재의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그룹사 전체의 역량 결집 방안을 논의했다.

권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하나의 변수가 아닌 안팎의 악재가 겹치는 복합위기가 현실화 됐다”며, “각 사에서는 경영전략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전면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위기 속에서 도약하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각 사의 CEO들은 눈앞의 퍼펙트스톰에 지나치게 위축되지 말고, 철저한 대응책을 기반으로 위기극복의 첨병이 되어 줄 것”을 주문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내년까지는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전술적 투자 지연을 예고했다.

최 회장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 번도 세계가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이자율을 계속 내리고, 돈을 풀어왔다”며 “계속 돈을 푸는 것으로 버텨왔던 것이 쌓인 데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위기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SK그룹의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작년에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한 바 있으며, 내년 설비 투자 계획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0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사실상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 등 경영진은 8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갖고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논의했다.

LG그룹도 지난달 23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촉발된 위기 돌파 방안을 논의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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