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공감…‘퀴어 콘텐츠’ 제작 물꼬 텄다

입력 2022-08-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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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예능 콘텐츠 ‘메리 퀴어’가 성소수자 커플들의 일상을 다뤄 방송가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웨이브

국내 첫 성소수자 예능 콘텐츠 ‘메리 퀴어’ 공개 후…

“변화 이끌다” 해외 매체들 주목
방송가 조심스러운 제작 움직임
일각선 동성애 미화 규탄 집회
임창혁 PD “진정성 있다면 통해”
“변화의 기점.”

국내 최초로 성소수자 소재를 내세운 웨이브 예능 콘텐츠 ‘메리 퀴어’가 초반 화제몰이를 시작하며 방송가 흐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퀴어 요소 등 ‘다양성’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변화 등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해외 언론 매체도 주목

웨이브는 성소수자 커플들의 일상을 담은 ‘메리 퀴어’와 남성 동성애자들이 한 숙소에 머물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 ‘남의 연애’를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가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잡아끌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웨이브에 따르면 ‘남의 연애’는 7월 15일 공개 직후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등 인기 콘텐츠를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은 신규 유료 가입자수를 모았다. ‘메리 퀴어’도 방영 2주 만에 시청시간이 43%가량 폭등했다.

시청자들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자극적이지 않게 다루면서 “관심과 공감을 함께 일으켰다”며 호평하고 있다. 이는 김민준·박보성 커플 등 ‘메리 퀴어’의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이들은 최근 몇몇 패션 잡지들과 화보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말 미국 타임 등 해외 유력 매체들과도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1일 웨이브 관계자는 “국내 방송가에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일부 해외 매체들이 ‘메리 퀴어’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가야할 길 멀다”

흐름을 따라 각종 예능 콘텐츠 제작진이 출연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채널A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펜트하우스’에는 ‘드랙’(사회적으로 고정된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 과장된 메이크업과 패션, 퍼포먼스를 펼치는 행위) 댄서 지반이 참가자로 나섰다. 지반은 서바이벌에 참가한 이유로 “벽장 안에 있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날 보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작진이 퀴어 소재를 핵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동성애 소재에 대한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일부 맘카페 등에서는 “‘메리 퀴어’가 동성애를 미화·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최근 일부 시민단체는 콘텐츠 제작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 등을 기획한 임창혁 웨이브 프로듀서는 1일 “관련 소재에 대한 대중화 및 공론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따를 것이다”고 기대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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