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철옹성’ 후반기 리그 불펜붕괴의 흔적들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2-08-1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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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KIA 정해영, KT 김재윤(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 후반기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불펜 붕괴다. 특정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펜 관련 리그 평균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데서 각 팀의 고민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전반기 4.16이던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후반기 4.67(9일 기준)로 치솟았다. 후반기 69경기에서 나온 615자책점 중 45.7%인 281점이 불펜에서 나왔다. 계투진의 평균 소화이닝(3.2이닝)을 고려하면, 문제가 더욱 도드라진다. 전반기 3.93이었던 리그 선발투수 ERA도 후반기에는 4.20으로 악화됐지만, 불펜과 비교하면 나은 편이다.

단순히 ERA만 나빠진 게 아니다. 불펜의 난조가 경기 결과까지 바꾸고 있다. 전반기 423경기에서 발생한 블론세이브(BS)는 97회로 4.36경기당 1회 수준이었지만, 후반기에는 69경기 만에 29차례나 BS가 나왔다. 2.38경기당 1회로 크게 증가했다. BS는 팀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이기에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역전 승부도 32차례(46.4%)나 나왔다. 그 중 5회 이후 역전되거나 무승부로 끝난 경기(2경기)가 15회에 달한다. 8경기는 7회 이후 승부가 뒤집어졌다. 불펜의 붕괴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다.

마무리투수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세이브 부문 1~3위에 올라있는 고우석(LG 트윈스), 정해영(KIA 타이거즈), 김재윤(KT 위즈)이 나란히 부진에 빠진 것도 눈에 띈다. 후반기 ERA를 살펴보면 고우석은 4.15(1세이브), 정해영은 11.81, 김재윤은 8.53(이상 3세이브)이다. 반면 후반기 승률 2위 NC 다이노스는 이용찬(6경기), 4위 두산 베어스는 홍건희(7경기)의 무실점 투구 덕분에 중위권 진입 희망이 되살아났다.

불펜투수들은 휴식일을 제외하면 매 경기 등판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안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우천순연이 많지 않아 체력관리에 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이 같은 요소들이 겹치면서 전반기보다 부진한 투수들이 늘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7월 불펜 ERA는 4.87로 5점대에 육박했다. 후반기 불펜 ERA 1위인 SSG 랜더스(2.71)와 2위 NC(3.96)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기록은 모두 4점대를 넘어간다.

SPOTV 양상문 해설위원은 “모든 팀이 불펜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며 “선발투수들의 투구수를 조절하면 나머지 이닝을 불펜이 책임져야 하는데, 필승조 투입에도 한계가 있다. 이기는 팀은 이기는 대로, 지는 팀은 지는 대로 끝까지 맞붙으면서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날씨가 덥고, 취소 경기도 많지 않다”며 “준비과정과 필승조의 집중 투입 등을 고려하면, 불펜투수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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