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원년 구단’ 두산이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방법

입력 2022-08-2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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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40주년을 맞이한 두산은 올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산을 대표하는 4인의 레전드 박철순, 김형석, 홍성흔, 더스틴 니퍼트(왼쪽부터)는 4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 특별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강타한 지난 2년간(2020~2021년) KBO리그는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라는 타이틀조차 무색해졌다. 무관중 체제가 지속됐고,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관중입장 비율을 늘릴 만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발목을 잡았다. 야구장을 찾는 재미 중 하나인 취식과 육성응원도 금지됐다. 모두가 알던 야구장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고, 구단들 입장에선 수익 창출은 아예 딴 세상 얘기가 됐다.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야 했다. 국내 대표 인기구단 중 하나인 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웬만한 마케팅으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창단 40주년 기념 이벤트다. 두산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창단한 OB 베어스를 계승한 구단이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와 더불어 원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만큼 ‘베어스’의 역사는 KBO의 역사이기도 하다.

두산은 오랫동안 팀에 사랑을 보내준 올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지금의 팬들이 구단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콘셉트의 이벤트를 기획했다. 구단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벤트에 팬들도 만족했다.

4월 2일 개막전부터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박철순, 김형석, 홍성흔, 더스틴 니퍼트 등 시대별 대표선수들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박철순은 1980년대 베어스를 상징하는 에이스였고, 김형석은 1990년대 팀의 강타자로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두산의 안방마님이자 대표 타자였던 홍성흔, 7년간(2011~2017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니퍼트도 두산 팬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벤트는 ‘세대통합’의 의미도 작지 않았다.

1998∼2002년, 2004∼2007년 두산 팬들과 호흡한 송창훈 응원단장이 4월 5일 잠실 삼성전에 일일 응원단장으로 나선 모습.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4월 5~6일 삼성과 홈경기에는 과거의 응원단장을 초청하는 ‘추억의 응원단장’ 이벤트를 진행했다. 5일에는 1998~2002년, 2004~2007년의 9년간 팬들과 호흡했던 송창훈 단장이 단상에 올랐고, 6일에는 6년(2009~2014년) 동안 응원을 진두지휘했던 오종학 단장이 나섰다. 이틀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응원 스타일을 체험했던 팬들은 7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한재권 응원단장과 함께하며 ‘현재’로 돌아왔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쏜다!

40주년에 특화한 팬서비스 물품을 제작해 나눠주는 작업도 쉬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트렌드로 자리 잡은 ‘캠핑 문화’를 공략했다. 역대 우승 유니폼을 테마로 캠핑 의자 및 테이블을 제작했다. 이 캠핑 용품들은 평소 예매율이 저조한 특정 좌석 예매자에 한해 선착순으로 배포했다. 두산 마케팅팀 관계자는 “순식간에 좌석이 다 팔려나갔다”고 돌아봤다. 평소에도 특정 좌석에 한해 기념 유니폼과 티셔츠 등을 무료 배포해 예매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프로야구(NPB) 구단들의 마케팅과 닮아있었다. 팬들도 소셜미디어(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뿐 아니라 주중 홈 3연전에는 구단의 과거 로고 및 선수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스티커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평일 관중 유치를 위한 전략이다. 팬들로선 매일 다른 디자인의 스티커를 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팬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스티커가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40주년을 기념해 두산이 내놓은 서울 유니폼.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다양한 유니폼을 제작해 팬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전략도 계속된다. 원년 유니폼을 모티브로 새롭게 디자인한 특별 레트로 유니폼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초도 물량이 매진돼 추가 제작까지 했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3연전 때 착용하는 네이비 색상의 ‘서울 유니폼’ 또한 물량 부족 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단 용품업체에 따르면, 관중 2만5000명이 꽉 찼을 때보다 1만6271명이 입장한 올해 개막전(4월 2일 한화 이글스전)의 매출이 더 높았다.

이 같은 구단의 노력은 관중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두산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8873명으로 10개 구단 중 3위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이전인 2019년의 1만3659명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지만, 적막감마저 감돌았던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이왕돈 두산 마케팅부장은 “남은 홈경기(19게임)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관중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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