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레슨’ 받고 중앙 MF 마스터한 신광훈, ‘다용도’ 강상우…포항은 특별해

입력 2021-03-0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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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광훈(왼쪽), 강상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레슨 시간은 딱 5분이었다. 그럼에도 큰 혼란은 없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베테랑 신광훈(34)은 묵묵히 제 임무를 완수했고, 골 맛까지 보며 팀에 귀중한 승점 3을 안겼다.


포항은 지난달 2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홈 개막전(1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2-1 역전승으로 따돌리고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신광훈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17년 팀을 떠난 베테랑 수비수는 FC서울과 강원FC를 거쳐 새 시즌을 앞두고 친정으로 컴백했다. 이날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출격한 복귀전의 초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신광훈의 실수가 있었다. 평범한 볼 처리에 실패하면서 인천의 측면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전반 27분 아길라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전은 달랐다. 신광훈은 측면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꿨다. 그리고 후반 14분 상대 문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신광훈이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후반 27분 강상우의 슛이 인천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송민규가 재차 밀어 넣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신광훈을 일등공신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많은 활동량에 투쟁심까지 강하다. 측면도 좋지만 중앙에서의 활용도 역시 좋다”며 만족해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레슨 시간이다.


동계훈련 동안 신광훈은 줄곧 측면 풀백으로 뛰었다. 대부분의 연습경기에서도 포항의 사이드를 책임졌다. 그런데 인천과 개막전을 하루 앞둔 2월 27일, 김 감독이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쩌면 네가 중앙에 설 수도 있다.”


훈련이 끝나갈 무렵이라 새로운 위치에 제대로 서볼 만한 틈도 없었다. 5분 정도 짧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신광훈은 금세 적응했다. 다양한 수비 역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었기에 개막전 후반 무난히 중앙을 책임질 수 있었다. “이제 첫 경기를 했다.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그의 팀 기여도가 상당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서 포항의 강점이 나온다. 팀 사정상 여러 포지션을 오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 ‘특급 도우미’ 강상우도 그렇다. 주 임무는 왼쪽 풀백이지만, 공격력 또한 만만치 않다. 그가 윙어로 전진할 때가 가장 위협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유기적 전술변화를 앞세운 ‘팔색조 포항’이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번뜩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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