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세이]스웨덴에서본김연아

입력 2008-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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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선수는 항상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경쟁에 나서야 하고, 경쟁에서는 불리한 여건을 견뎌내야 하는 ‘위기관리’가 필요합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고관절 부상에 따른 통증과 체력저하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고, 이에 대한 그의 위기관리 해법은 바로 강철같은 정신력이었습니다. 20일 프리스케이팅을 10시간 앞두고 진행된 연습스케이팅 때 김연아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김연아는 연습을 마치고 “2분40초짜리 쇼트프로그램을 뛰었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4분짜리 프리스케이팅을 어떻게 뛰죠?”라고 반문할 정도로 힘겨워했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언제 찾아올 지 모를 고관절 부위의 통증이었습니다. 쇼트프로그램 때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던 것도 트리플-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를 뛴 직후 갑작스럽게 느낀 통증 탓이었습니다. 김연아는 통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4시간 정도 앞두고 진통제 주사를 맞기로 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한국을 떠나오던 날 관절부위에 진통제 주사를 맞긴 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느낀 통증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긴급처방을 한 것이죠. 하지만 떨어진 체력에 대해서는 처방전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믿을 건 김연아의 정신력 뿐이었죠.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4분이 4시간 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하면서 체력에 대해 영 자신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김연아는 예상을 뛰어넘어 고난이도 점프를 척척해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완벽 연기를 했던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또 다시 실수를 한 것만 빼고 점프연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분이 지나면서 김연아의 체력이 떨어지는 걸 스케이팅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프 착지를 유지하기 위해 주저앉으려는 무릎을 버텨내려 안간힘을 쓰고, 스텝에서도 휘청거리는 다리를 바로 잡으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스케이트 날이 무겁게 느껴져 혼났다”는 김연아는 경기를 마친 뒤 5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녀가 혼신을 다한 프리스케이팅 4분이었습니다. 구동회 (스포츠지 축구팀장, 영국 유학 월드컵마케팅대행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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