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포수,보이지않는‘마운드의지휘관’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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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포수는 훌륭한 투수 열명을 만든다! ’ 포수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승리 이후에 투수들의 코멘트를 보면 10명 중 9명은 “포수의 도움으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고 공을 포수에게 돌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도 게임을 리드하는 사람은 포수요, 투수의 컨디션을 가장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자리도 포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간혹 감독들이 투수교체 시기에 포수한테 투수의 현재 상태를 먼저 묻고 대책을 세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투수와 벤치도 포수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것이다. 수비할 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9명의 수비 선수 중에 유독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자리이며 타자하고 가깝게 있기 때문에 장·단점도 빨리 파악할 뿐더러 위기 때 벤치의 수비작전을 받아서 실행하는 자리도 포수다. 투수와는 볼배합도 신경써야 하고, 주자와는 한 베이스 진루를 놓고 싸워야 하며, 나쁜 볼이 들어오면 온몸을 이용해 볼도 막아야 하고…. 축구로 말하면 골키퍼나 다를 바 없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 죽을 맛이다. 포수 장비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이 땀띠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매일 블로킹으로 온몸에 상처투성인데 누가 그 고초를 알아줄까? 그런데도 게임에서 패한 날이면 포수의 볼배합이 나쁘다, 도루저지가 약하다며 욕을 듣게 된다. 여기에서 한마디 덧붙인다면 투수들에게 퀵모션으로 주자를 묶어두라는 것이다. 투수의 폼이 크고 느리면 포수의 도루저지율은 논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몇 경기 안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도루를 많이 하는 추세이다. 빠른 공격, 그 선봉장에 빠른 주자가 있으니 포수는 더 힘든 상황으로 버텨야만 한다. 포수는 적극성도 있어야 하고 투수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도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잠깐 필자는 12년 동안 배터리를 함께 한 SK 이만수 코치가 문득 생각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혼을 빼놓을 정도로 입담이 좋았다. 한 번은 선배가 타석에 들어왔는데 “형님 밥 묵었능교? 반찬은 뭘로 줄까요? 커브로 줄까요? 슬라이더로 줄까요?”라고 했다가 싸움으로 번진 적이 있었고, 친구가 타석에 섰을 때 “반갑다, 친구야”부터 시작해서 정신을 못 차릴 만큼 혼을 빼던 때도 있었다. 포수 마스크만 썼다하면 저돌적으로 돌변하는 이만수 코치의 성격은 예의바른 자신의 모습보다는 팀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포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요즘 메이저리그나 가까운 일본에서도 좋은 포수가 배출되지 않는다. 그만큼 힘들고 부상이 많기 때문에 포수를 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적다는 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야구에서 포수라는 직책은 소중하고 중요한 위치지만 빛이 나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포수가 그 자리를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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