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伊공작도반했던유혹처럼달콤한목넘김

입력 2008-04-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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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마시는와인‘리르바두깔레끼안티’
한 주 내내 과외 시간만 기다렸다. 마침내 과외 날, 김은정이 미리 주문했는지 테이블에 와인이 보인다. “어서 와. 오늘은 이탈리아 와인을 한 번 마셔볼까. 루피노에서 나온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Riserva Ducale Chianti Classico’를 시켜놨어.” 루비색의 액체가 잔을 채운다. 강렬한 과일 향이 코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목을 넘어가는 느낌은 부드럽고, 입 안을 채우는 느낌은 풍부하다. “이 와인은 산지오베제라는 품종을 주로 해서 만든 건데, 산지오베제의 제비꽃향, 잘 익은 붉은 과실, 말린 자두 잼 향이 느껴져. 신 맛, 즉 산도 때문에 이탈리아 와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와인은 산도가 적당해 마시기 좋은 거 같아.” “그런데 라벨을 보니 귀족같은 사람이 와인 잔을 들고 있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거야?” “응, 이 와인은 재미난 유래가 있어. 루피노는 1877년 사촌지간인 일라리오와 레오폴로 루피노가 설립한 와이너리인데, 1890년 이탈리아 아오스타 지역의 한 공작이 루피노의 와인 저장고 통에서 와인을 맛본 뒤 그 맛에 반해 통에 ‘리제르바 두깔레’라고 적었어. 두깔레는 공작, 리제르바는 예약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인데 풀이하면 ‘공작이 예약했음’이란 말이지.” “자신이 마시고 싶은 와인에 아예 ‘이건 내거’라고 표시해 버린 거네. 공작 권력이 정말 대단하긴 했나보다.” “공작이 궁전에서 이 와인을 마시면서 루피노는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었지. 그러던 중 1927년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첫 빈티지가 출시됐는데 공작의 일화를 기념하기 위해 ‘리제르바 두깔레’라고 이름을 붙인 거야.” 와인 스토리를 듣고 나니 이번엔 라벨 아래에 적힌 끼안티 클라시코가 뭔지 궁금하다. 루피노가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출시했다는데 이건 무슨 품종인가. 질문을 던지니 김은정이 웃음을 터뜨린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지역 이름이야. 이탈리아에 토스카나라는 지역이 있고, 그 안에 끼안티라는 지역이 있고, 또 그 안에 클라시코라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서 만든 걸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라고 하는 거야.” 아하! 서울특별시 내 서대문구가 있고, 이 안에 연희동이 있는데 여기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구만. 용어가 생소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잖아.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와인과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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