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늦깎이가수고니“어머니설득가장힘들었죠”

입력 2008-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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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추모가요제노래후허락,부모님노래내색깔로부르고파”
“음악은 내게 모태신앙 같은 것이었죠.” 46세 늦깎이 가수로 나선 고니(이영곤). 그는 가수의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아버지 작곡가 이봉조, 어머니는 가수 현미. 부모가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한국 가요계를 풍미했던 거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음악을 ‘모태신앙’(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한 신앙)에 비유했다. 하지만 고니는 그동안 운명을 거스르고 살아야 했다. 그의 선친은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으레 있는 주 1회 합주 수업도 못 듣게 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결국 고니는 부모의 뜻을 따라 스물두 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결혼을 해서 두 딸을 갖고, 동생과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미국에서 TV를 통해 한국가수들을 보면, 뭔가 속에서 계속 끓어올랐다. 그러던 고니는 우연히 LA 라디오코리아 DJ로 발탁되면서 음악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됐다. 몇 년을 진행하던 어느 날, 그렇게 말리던 동생이 맥주 한 잔을 권하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국 가서 가수하며 살아라”고 말했다. “인생 40이면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그동안 가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릇된 인생을 살았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어머니 현미의 설득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가수? 하려면 해라, 내가 관두면 되겠네”라는 어머니의 말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하게 했다. 완강하게 반대를 하던 어머니는 고니가 지난 해 진주시와 진주 MBC가 공동 주최한 ‘이봉조 가요제’에서 선친이 생전에 직접 불렀던 노래 ‘떡국’ ‘하늘을 보소’를 부르는 것을 본 후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정훈희 남진 김수희 설운도 등이 현미에게 “아드님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하자 현미의 마음은 흔들렸다. 25년 만에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낸 고니는 동생과 20년지기인 작곡가 하광훈을 찾아갔다. 1년 반 준비 끝에 최근 ‘미운정 고운정’ ‘나비의 꿈’ ‘첫사랑’ 세 곡이 수록된 싱글을 발표했다. 그토록 반대하던 어머니가 이제는 홍보의 선봉에 섰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현미는 아들과 함께 방송출연하며 지원하고 있다. 마흔 중반에 가수 도전, 분명 모험이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선 더욱 더 그렇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 IMF가 왔었어요. 친구들은 줄줄이 명퇴했고, 나도 참 우울했죠. 원래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갈 때가 우울한 시절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라는 메시지가 되고 싶습니다.” 고니는 기회가 되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노래를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미발표된 선친의 곡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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