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스페셜]한국남녀배구“뾰족수가없다”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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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어떤 변명도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팬들께 죄송할 뿐이죠.” 장윤창 대한배구협회 기획이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대표팀 동반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안은 배구협회는 1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김형실 전무이사를 비롯한 상무이사 9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또 올림픽 예선으로 임기가 만료된 류중탁 남자 감독과 이정철 여자 감독도 모두 물러났다. 김 전무는 “남녀 대표팀이 모두 탈락한 것은 배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64 도쿄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가장 먼저 아마추어 배구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협회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회의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종료됐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여러 얘기가 오고갔다. 뒤처진 국제 경쟁력, 협회-한국배구연맹(KOVO)의 갈등, 한국 배구 위상 하락과 향후 대비책 등 산적한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강만수 비치이사는 “우리끼리 백날 논의해도 소용없다. 예전엔 올림픽 본선 진출은 걱정도 하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장윤창 이사도 “묘안이 없다. 이런 상태라면 한국 배구 발전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철용 여자강화이사는 “차기 집행부는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처음부터 확실히 틀을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협회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회의가 끝난 직후 남자 프로배구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구단에서 공문이 왔다. 서남원 코치가 감독대행이 돼 이끌 남자 대표팀 주포 이경수(29)를 월드리그 출전 12명 명단에서 빼달라는 요구였다. LIG는 이경수가 오른 어깨 충돌증후군과 왼 발목 염좌로 4주 약물 및 물리치료가 필요해 휴식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14, 15일 러시아전(수원)으로 막을 올릴 월드리그에서 팀 공격의 핵심 이경수가 빠지면 대표팀의 부진은 불 보듯 뻔하다. 김 전무는 “어제(9일) 밤늦게까지 박기원 LIG감독과 대화했다. 박 감독도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하더라. 김연경 사태와 똑같다. 매번 이런 식이면 미래는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배구협회는 올림픽 실패 이후 단기적 준비가 아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을 겨냥한 ‘장기 마스터플랜’을 계획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국 배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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