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메운객석…통큰‘김동률표선율’이채운다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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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는 시원한 스킨 냄새가 났다. 앞머리를 늘어뜨린 김동률이 선글라스를 벗자 혈색 좋은 맨 얼굴이 드러났다. 수영장에서 오는 길이라 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인사에 씩 웃었다. 요즘 공연 준비로 쉴 틈 없이 지내왔던 터에 “얼굴 좋다”는 인사가 다소 어색했던 모양이었다. 김동률은 공연을 잘 치르기 위해 수영과 헬스로 체력을 기르고 있다고 했다. 13일,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에필로그’ 콘서트를 갖는 김동률과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가끔 가벼운 웃음을 지었지만 대화는 내내 진지했다. ○ 연주자용 악보에서 연습일정, 팸플릿까지 직접 준비 김동률은 음악에서 빅밴드와 풀 오케스트라가 어울린 장중한 사운드를 선호한다. 앨범에 담은 곡들도 그렇지만 공연장에서도 이런 장대한 사운드를 실현하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국내 여건에서 완벽한 공연 무대를 보여주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최고의 공연장, 최고의 연주자를 그가 원하는 대로 섭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동률은 완벽한 공연을 위해 비용과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규모가 이전에 비해 훨씬 크다. 4월과 5월 각각 경기도 고양과 성남에서 벌인 ‘프롤로그’ 공연을 그대로 옮겨오지 않고 공연장 규모에 맞게 레퍼토리를 다시 정하고, 연주자의 숫자도 늘였다. 물론 대규모 악기편성에 맞게 전곡을 새롭게 다시 편곡했다. 김동률은 완벽주의자다. 연주자들을 위해 수십 장의 악보를 그리는 것에서부터 무대연출까지 전반에 걸쳐 진두지휘한다. 공연 중 사용될 영상도 직접 고르고, 뮤지컬에서 흔히 보는 공연 팸플릿도 직접 제작했다. 사진집 형식의 팸플릿에는 직접 쓴 글과 사진이 들어있어 공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대 위에 오르는 연주자들의 인원만 90명에 이르기에 연습시간을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는 연주자들의 개인 일정을 파악한 후 각각에 맞는 개별 연습일정표를 꼼꼼히 작성해 효율적인 연습이 이뤄지도록 했다. 리허설도 실제 공연장과 가장 흡사한 성균관대 새천년홀을 빌려 치렀다. 이번 서울 공연도 9일부터 일찌감치 체조경기장을 빌려 무대제작과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 오케스트라까지 무대에 올리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유학 시절 좋은 공연을 보면서 부러웠다. 빅밴드와 풀 오케스트라가 어울린 해리 코닉 주니어 공연을 보면서,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꼈다. ‘나도 저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조금 잘난 척을 해보자면, 외국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을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과, 가요의 발전을 위해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들었다.” - 무대 위 인원이 90명…규모가 엄청나다. “콘솔 5대, 채널만 160개다. 스태프도 약 200명이나 된다. 나도 이런 대 규모는 처음이어서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큰 도전이다.” - 다음 공연은 얼마나 대규모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오히려 반대다. 지금까지는 시도해 볼만큼 해봤기 때문에, 연주가 뛰어난 몇몇의 사람들과 예술의 전당 같은 곳에서 소박한 공연을 해보고 싶다. 대규모 공연보다 작은 공연이 더 어렵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비우는 음악이 더 힘들다 한다. 하지만 소박한 공연은 전국투어가 가능해서 좋다.” - 힘들 때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나.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팬들이 힘이 된다. 앨범 리뷰나 공연후기 같은 팬들의 글이 힘이 된다. 나의 수고와 노력을 팬들이 알아줄 때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모른다.” 김동률은 다음 앨범과 공연은 기약하지 않았다. 이번처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면 그때 발표하겠다고 했다. 공연도 음반이 나오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률이 1월 발표한 5집은 4월까지 8만8262장(한국음악산업협회 집계)이 판매됐다. 그리고 올 해 들어 가진 세 차례의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시류와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갖춰져서, 하고 싶은 음악을 했고, 그런 노력을 대중이 알아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동률처럼 트렌드를 쫓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가요계에서는 힘든 일이다. 김동률은 “매번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든다”고 했다. ‘돈 되는’ 노래만 기계적으로 만들어내는 풍토가 지배하는 가요계에서 그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이 말 한 마디로 느낌이 왔다. Clip! - 가수 김동률을 알고싶다 74년생 호랑이띠 남자입니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전람회란 팀으로 출전해 대상과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가요계에 입문했습니다. 1997년 이적과 함께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을 때는 많은 분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저에게는 ‘15년차 5집 가수’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더라고요. 시류와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주변 조건 덕분에 하고 싶은 음악을 했고, 그런 저의 모습을 대중이 좋아해주니 전 행운아가 아닐까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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