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히어로즈선수들에가혹한고통분담

입력 2008-07-0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고통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주의경보 속에, 정치계는 또다시 기대를 저버리고 당리당략과 표만 의식한 구태 속으로 들어갔고, 촛불시위는 해결책 없이 장기화되고 있으니 답답한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프로야구계도 우리 히어로즈의 가입금 미납문제가 불쑥 튀어나와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두 원로 감독이 ‘세계적인 망신’ ‘15년은 후퇴’라고 말할 만큼 충격적이고, 권위와 품위가 떨어진 사건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프로야구의 브랜드 가치가 비바람에 찢긴 초상화처럼 느껴진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고 분할납부가 계속 진행될 것이기에 뭐라고 논하기는 어렵지만 하나만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올해 2월초부터 우리 히어로즈 구단은 선수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고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 유니콘스의 인수가 아닌 우리 히어로즈의 창단이란 명분으로 기존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8개 구단 유지와 야구계 전체를 위해 고통을 감수해 달라는 의미였다. 노장 김동수(40)는 3억원에서 8000만원, 전준호(39)는 3억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대폭삭감 되었지만 선수들은 대의명분 아래 참고 지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준호는 현재 타격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야구장에서 만나본 우리 히어로즈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달랐다기 보다는 허탈해 하는 선수 또한 없지 않았다. 바로 고통분담의 잣대가 선수들에겐 가혹하게 적용된 반면 일부 구단관계자들은 예외로 비춰져 자신들만 희생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 선수들에게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경기를 잘 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주문이 아닐까. 선수들은 몇 개월 동안 이미 큰 고통을 겪었고 지금은 상대팀을 이겨야 하는 전쟁 같은 경기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면 할수록 가슴이 툭툭 터지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고통의 분담보다 추가 고통의 방지가 그들에겐 더 필요하다. 관계자들도 그동안 진정으로 고통 분담을 함께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코치,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뉴스스탠드